brunch

매거진 어린왕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무개 May 05. 2020

"바오밥나무도 커지기 전에는 작은 존재였잖아요"

5장. 




"바오밥나무도 커지기 전에는 작은 존재였잖아요."




그래.

처음부터 커다란 존재는 없지.


우주도 처음에는 작은 하나의 점에서 팽창하며 생겨났으니까.

빅뱅.


작은 것에서 큰 것이 생겨나고,

가벼워야 무거워질 수 있어.


이건 평범한 진리야.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던 것들인데.


잊어버리곤 하지.


어른이 되면 자기가 어릴 때 원했던 것들을 아이가 말해도 이해하지 못해.  


코끼리를 잡아먹은 보아뱀이나,

상자 속의 양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




"바오밥나무도 커지기 전에는 작은 존재였잖아요."


어린 왕자의 이 말은 내게 기쁨과 우울, 공허와 만족 등의 복잡한 마음을 갖게 한다. 그래서 늘 저 한 문장을 대하는 순간은 마음이 혼란스럽다. 나는 십여 일 동안 쓰고 지우고 채워고 비우기를 반복하였다. 

그 복잡하고도 알 수 없는 행복감을 갖게 했던 마음을 찾아보려고 했다.


찾지 못했다. 그리고 저렇게 써 놓았다. 실패의 결과물이다. 


저 글은 가짜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너무 상투적이고 내가 하고 싶었던 진실과는 거리가 있다. 공감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처음부터 지금까지 내 가슴을 울리고 요동치게 하던 것은 아니다. 


처음의 그 쿵! 하고 다가왔던 느낌을 분석하고 원인을 찾다가 엉뚱한 곳에 이르렀다. 결코 틀린 것도 아니지만 저 작은 진리의 명제를 통해 마음에서 그려진 그림을 문자로 그려보려 했다. 


찾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스스로 깊은 회의에 빠진다. 내가 하려던 것은 저런 게 아니었다. 결코.


오늘은 하루 종일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바로 어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어린 왕자에 대한 이야기를 멈추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내가 점점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느꼈다.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설명하려고 억지를 쓰고 있었다.


더 이상 나아가서도 안된다. 아니 더 나아갈 수가 없다.


더욱더 우울 해질 뿐이다.





모든 것을 포기하려 무심코 습관처럼 마우스로 페이지를 밑으로 내리다가 멈추었다. 

게으른 남자가 사는 별의 그림이었다. 그림을 보는 그 짧은 순간 내 앞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림에는 별을 삼킨 바오밥나무와 난감해하며 땀을 닦는 게으른 남자가 보였다. 



별을 삼킨 바오밥 나무는 쓸모없이 자라난 내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생각을 감당 못하는 나는 그 별의 게으른 사람이었다. 


"...바오밥나무는 아주 어릴 때는 장미나무와 매우 비슷하기 때문에, 구별할 수 있게 자라면 규칙적으로 뽑아버려야 해요... 그건 매우 귀찮지만 매우 쉬운 일이에요."


나는 좋은 싹과 나쁜 싹을 구별하지 못했다. 생각이 자라날 때 귀찮아 그냥 두었던 것이다.

귀찮지만 쉬운 일인데도.






나는 내 마음의 소리를 듣기만 하면 된다. 지금처럼 알 수 있고 느끼지만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은 나만의 비밀이 되는 것이다. 그 비밀을 말하려 애쓰고 발버둥 칠 필요는 없다. 누구도 그 비밀을 이해할 수 없을 테니까. 그 누구도...



그래서 나는 계획했던 3개의 문장에 대한 생각들은 여기서 멈추고 그냥 지나치려 한다. 나만의 이야기가 남아있는 것도 좋은 일이니까.


여러분. 너무 원망하지 말시길 바란다.


왜냐하면, 여러분도 어린 왕자를 만나게 되면 둘만의 비밀과 이야기들을 만들어 가게 될 게 분명하니까.


앞으로도 나는 여기서 어린 왕자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할 것이다. 이유는 그를 기억하기 위해서다.


친구를 잊는다는 것은 슬픈 일이기 때문에...






"바오밥나무도 커지기 전에는 작은 존재였잖아요."


"그건 규율의 문제예요."


"...그건 매우 귀찮지만 매우 쉬운 일이에요."














매거진의 이전글 소행성 B61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