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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어린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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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Apr 24. 2020

소행성 B612

믿음.


4장.


'...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그가 입고 있던 전통의상 때문이었다.'





그가 입고 있는 전통의상 때문에 사람들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답니다. 11년이 지나서 서양식 의복을 입고 발표를 하고서야 사람들은 믿었습니다.


웃기는 일입니다. 우리도 그렇게 웃기게 살아갑니다. 그리고 서로를 보고 웃습니다. 상대가 자신을 보고 웃는 이유는 모릅니다. 똑같은데 말입니다. 자신이 얼마나 웃긴지는 모르고 상대만 보고 웃습니다. 그렇게 웃다 보면 나중에는 슬픔이 만들어집니다.  왜 슬픈지는 모릅니다. 


그래도 중년이라고 말하는 나이쯤 되면 호르몬이라는 기막힌 핑곗거리가 생깁니다. 그 핑계는 과학적으로 어느 정도는 논증이 되었습니다. 믿음이 갑니다. 호르몬은 슬픔을 대변해 줍니다. 진짜로 슬픈 게 아니라며 호르몬을 원망합니다. 호르몬은 난처합니다. 열심히 산에를 갑니다. 그래서 어른이 될수록 더 우스워 보이는지도 모릅니다. 


더 큰 슬픔을 느낍니다. 슬픈지는 그때도 모릅니다. 


더 많은 모임과 약속을 일정표에 채웁니다. 바빠지면 잠시 잊을 수 있습니다. 혼자 있는 고요함도 슬픔으로 채워집니다. 누군가가 필요하고 무엇인가 필요합니다. 타인과의 시간으로부터 타인을 통해 자신을 채웁니다. 자신을 돌 볼 시간이 없습니다. 혼자 있어도 혼자가 아닙니다. 스티브 잡스가 우리를 외롭지 않게 해 주었습니다. 잠을 잘 때도 '랜선'은 뇌신경의 뉴런을 대신합니다. 혼자가 아닙니다. 혼자는 외롭습니다.


그래도 내일 아침이 되면 또 다른 의복을 준비하기 위해 바빠질 것입니다. 새로 산 최신형 노트북이나 할부 자동차는 사람들이 나를 신뢰하게 만들 겁니다. 부러움을 받는 가방들도 계절별로 하나씩 있으면 참 좋습니다. 몸무게 500g을 줄여서 그런지 옷맵시가 더욱 멋져 보입니다. 사람들은 이런 자신감 있는 모습들에 더욱 큰 신뢰를 보냅니다. 내 말을 믿어 줄 것입니다. 벌써 내일 아침이 기다려집니다.


오늘도 해가 지기 전 까지는 슬픔을 잠시 멀리 할 수 있었습니다. 저녁에는 진지하지 않은 사람들과 한잔하며 다 끝난 선거와 주식의 수익률 얘기도 할 것입니다. 감염자 숫자와 죽은 사람들의 숫자도 말하고 치사율도 계산해 봅니다. 그렇게 미래와 현재의 전망들이 숫자를 통한 그래프로 그려지면 우리는 그것들을  믿습니다. 그것이 어쨋다는 겁니까? 그래도 이 어른들은 숫자에 대해서는 진지 합니다.


어린왕자의 별을 이야기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화산과 바오밥나무와 장미에 대해 들려주기보다는 소행성 B612라고 간단하게 말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바람직한 사람으로 보여지는 것입니다.


'어른들은 다들 숫자를 좋아하니까'


집으로 돌아옵니다. 

외롭습니다. 

그래도 내일을 준비합니다. 


내일은 어떤 옷을 입어야 할까요...






"왜 그렇게 슬퍼하고 있는거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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