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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abooks Jun 05. 2020

피할 수 없으면, 피할 구멍을 찾아라

즐길 수 없는 곳에서 고통받지 말기

불과 5개월 전만 하더라도 설레는 마음에 입사한 그곳.

종종 회사 다니는 건 어때?라고 물어보면 크게 한 숨부터 쉬었다. 애써 좋은 것만 이야기하려 해도 마음을 속일 수는 없었다. 


이곳에서 내 인생 최악의 동료를 만났다.

 나에게 인수인계를 해줄 유일한 동료는 1분 1초도 내게 시간 내는 걸 아까워했다.


본인이 감당하고 있는 업무가 불만족스럽고

월급이 충분히 높지 않고

이혼 후 돌아가며 키우는 아이들을 돌보기도 너무 힘들다며

본인의 힘든 상황을 똑같이 나에게 대입해  나를 궁지에 내몰리게 했다.


금요일 저녁 6시에 일을 시키며 월요일까지

끝내라고 하거나, 엑셀 시트가 50개 정도 되는 걸

아무런 설명도 없이 작년 걸 보고 채우라고 하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어쨌든 정상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내가 회사를 다니기 힘들다고 하면

그 좋은 회사에서 그런 일이 있었어?라고 묻기 부지기수였다. 내가 회사를 그만둘까 봐..라고 말하기가 무섭게 '그런 좋은 회사라면 조금 버텨봐'라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했다.


헤드헌터도, 친구들도 모두 비슷한 반응이었다.


일을 배울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면

나는 어디든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은 달랐다. 체계적으로 직원을 관리하는

시스템 없이, 생산성만 높이려고 하는 곳.


내가 입사한 첫날부터 앞자리에 앉은 동료가

퇴사를 했는데, 그 후 연달아 동료들의 퇴사를 지켜보고

매일 이직을 생각하며 면접을 보러 다니는 동료들 사이에서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회사가 행복을 줄 수는 없지만

행복하지 않은 집단이 모여 만든 분위기는

독성의 화학물질을 내뿜고 있었다.


'결단을 내리자. 나에게 더 좋은 환경을 선물하겠다고'


그렇게 번쩍 정신이 들었다.

뭐가 무서워서 뿌리치고 나올 생각조차 하지 못했는지

모르겠지만, 깊은 수렁에서 빠져나올 생각을 하니

숨통이 튀는 것만 같았다.


흔히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 말한다.

가끔 이 말이 얼마나 잔인하고 폭력적일 수 있는가 생각해본다. 피할 수 없으면 피할 구멍을 찾으면 된다.


즐길 수 없으면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아가면 안 된다.

괜히 내가 정해놓은 한계 안에 갇혀있지 않아도 된다는 걸,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한 챕터가 완전히 끝나야지만 새로운 챕터가 끝나는 것처럼

내 인생에도 새로운 챕터가 시작될 기회를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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