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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abooks Jun 07. 2020

하고 싶은 거 다해!- 작가 되기 편

N 잡러의 시작일 준 몰랐지, 글쓰기 영감을 주는 파리의 카페 3곳 

나는 하고 싶은 일이 항상 가득했다. 연초에 새워둔 목표가 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12월엔 빨간 줄로 긋고 해냈다는 성취감과 안도감이 들었다. 중간에 또 이루고 싶은 목표가 생기면 언제든 해야 할 일 목록에 추가했다. 


사람들은 내가 목표 지향적이고, 부지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아주 게으르고 여유 부리 기를 좋아하는 베짱이 스타일에 가깝다.  대신 깨어있는 시간 중에, 하고 싶은 일이라면  집중력을 최대한 발휘한다. 그 몰입하는 느낌을 즐기는 약간 변태적인 것도 있다. 나머지 시간에는 정말 비생산적인 일을 한다. 생산적인 일과 비생산적인 일이 균형을 갖출 때 완벽한 휴식이 이뤄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게 깨어있는 시간을 최적으로 활용하다 보니 직장의 명함 외에 다른 타이틀이 많았다. 


첫 번째 타이들은 작가였다. 

작가가 되고 싶어서 책을 쓴 적은 없지만, 어느샌가 나는 작가가 되어 있었다. 


당시 프랑스 유학과 취업 등 유학생들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책은 시중에 없었다. 여행, 문화, 음식 책은 즐비해도 유학생들을 위로하는 책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친구의 비극적인 선택이 내가 책을 쓰는 큰 원동력이 되었다. 이렇게 힘들고 고통받는 친구가 있다면 내가 손 내밀어 주는 '따듯한 언니'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책을 쓰게 되었다. 유학생활에서 오는 박탈감, 생활고, 진로 고민, 인종차별.. 고비에 있을 때 누군가에게 한 번만이라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다면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해서였다. 


그리고 생생한 프랑스의 삶을 전달하고 싶었다. 유학 생떼는 절대 알 수 없었던 프랑스 직장인의 삶. 프랑스 사람들과 일하면서 울고 웃었던 에피소드들을 전하고 싶었다. 매일 직장에서 고군분투하면서도 한국인의 정체성을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는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책을 쓰는 당시에는 워라벨이 가능한 환경에서 일을 했다.  8시 반 정도에 출근해서 6시가 되기 전에 칼 같이 퇴근을 했다. 그러면 노트북을 들고 카페를 찾아갔다.  



Café , Palais de tokyo

회사에서 가까웠던 빨레드 도쿄 카페 모습이다. 나는 천장이 높고 통유리를 좋아한다. 공간이 넓고, 천장이 높을수록 나의 사고도 확장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공간을 발견했을 때는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사실 글을 써야겠다는 것보다 카페에 앉아서 파리지앵들을 바라보며 관찰하는 게 더 재미있었다. 가끔 내가 이방인인 걸 잊고 마치 프랑스인이 되었다는 착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러나 철저히 이방인, 제삼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프랑스를 책에 담고 싶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8시면 문을 닫는다는 것. 



Café , Hotel the Hoxton 


주말에는 호텔로. The hoxton 호텔 내부에 있는 카페이다. 이곳도 천장이 높고 통유리로 되어 있다. 들어서자마자 '아니 이런 멋진 곳이 숨겨져 있어!' 하고 감탄이 절로 흘러나오는 곳. 커피 맛은 쓰고, 시다.

커피맛만큼은 나의 취향과 완전히 맞아떨어지지 않지만, 공간이 사랑스러워서 자주 찾았던 공간이다. 


통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햇살을 맞으며 글 쓸 때 그 행복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 순간에 몰입까지 한다면 그만큼 완벽할 순 없었다. 실제로 글을 쓸 때는 가장 평온하고 행복한 마음이 충만할 때만 쓰려고 노력했다.  분명 그 에너지가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전달될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Café , Starbucks Opera

리노베이션을 통해 멋지게 재탄생한 오페라 스타벅스. 

사람들이 늘 많았지만 유일하게 인터넷이 되면서 늦게까지 여는 스타벅스였다. 다른 카페들은 오후 8시~9시면 문을 닫았지만 여기만큼은 11시까지 있을 수 있었다. 

조금 글을 여유롭게 쓰고 싶은 날이면 노트북을 들고 이곳으로 향했다. 


자리 찾기란 늘  만원 지하철의 눈치게임처럼 힘들었지만 줄곧 찾아갔던 곳이다. 

'스타벅스라는 아주 모던한 프랜차이즈와 프랜치의 앤틱 한 감성이 마주한 곳'

그 감성이 좋았다. 


이 곳에는 공부하는 학생뿐만 아니라, 나처럼 직장인이 노트북을 들고 많이 왔다. 

물론 관광객도 뒤섞여서 아주 시끌벅적한 분위기였지만 

이어폰만 있다면 소음쯤은 감당할 수 있는 곳이다. 



그렇게 몇 달간의 노력이 쌓여서 책이 출간되었다. 빠른 반응은 유학생들 사이에서 나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독자들의 반응이 다양했다. 유학생뿐 아니라 한국에서 일하는 젊은 부부, 가족단위로 책을 읽고 후기를 전달해주시는 분이 많았다. 한국에서의 생활에 지쳐서 대안을 찾다가 내 책을 우연히 읽고 나서, 위로를 받았다는 이야기에 내가 눈물짓는 날이 많았다. 프랑스에서도 한국인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보고 딸에게 책을 건네었다는 어머님의 이야기에 행복하고 감사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나는 작가가 되어 버렸다. SNS를 통해 나를 먼저 알게 된 사람들은 작가님이라고 불렀다. 본업 외에 두 번째 직업으로 불리니 내가 전업 작가가 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책을 한 권을 내고 나서는 글 쓰는 건 한동안 멈췄다. 글을 쓸 콘텐츠가 충분히 쌓이지 않았기에, 잠시 휴식기를 가졌다. 비운만큼 서서히 차오르는 글감을 위해 나에게 허락한 시간이었다. 


비록 출간한 책은 한 권이었지만, 작가라는 타이틀은 1년, 2년이 지나서도 늘 유효했다.  그렇게 나는 다시 글을 쓰기로 했다. 꾸밈없는 글, 아픔을 공유하는 글,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 따듯함을 전하는 글을 쓰고 싶었다.


그렇게 작가의 생 2 막을 시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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