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마케터의 홀로 브랜딩 생존기
꿈꾸던 브랜드 마케터로 입사 후 1년, 12명이었던 브랜드 팀원 중 8명이 퇴사,
3개월 후 남은 3명이 퇴사하며 결국 혼자 브랜드팀에 남게되었습니다.
팀장님의 퇴사 후, 브랜드를 어떻게든 운영해야 했던 실무자의 생생한 고군분투기입니다.
브랜드의 방향을 설정하고 실행해 온 브랜딩 적용기에 관심있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당장은 팀장님의 부재에도 팀원들 각자가 할 일은 있었기에, 이 일이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킬지 알 수 없었습니다. 자사몰 매출과 프로모션을 운영・기획하고, 광고 소재를 만들고, 인플루언서 협업을 진행하고, SNS 채널을 통한 고객과의 소통을 이어가는 담당자들이 있었으니깐요. 하지만 문제가 수면 위로 오르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제품 힘들게 만들었는데 안 팔려요. 마케팅 좀 할 수 있는 것 뭐 없을까요?
이거 대표님 급건인데, 이건 무조건 먼저 해야 돼요.
지금 그걸 왜 해야 돼? 어차피 그거 의미 없어. 지금 잘 팔리는 거 소재 좀 더 강화해 줘.
왜 세일즈에만 집중해? 제품 새롭게 준비 안 하면 다음에 할거 없어.
기업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그 문제를 공유하고 공감하는 것이 문제 해결을 위한 한 팀의 조건입니다. 하지만 모든 부서가 바라보는 문제가 달랐습니다. 팀장님이 사라진 부서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의사 결정권자가 없으니 브랜드 업무의 우선순위가 세워지지 않았습니다. 이는 브랜드 마케터에게 재앙이었습니다. 마케터 업무 특성상 여러 부서(영업팀, 제품팀, 해외팀 등)와 함께 일하게 되니, 모든 부서의 문제 제기와 요청에 정신없이 휘둘리게 되는 것이죠. 무엇을 하던 브랜드에 도움이 되는 일이기에 의미 없는 일은 아니었지만, 한정된 리소스를 가지고 모든 파트의 일을 동시다발적으로 할 수 없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더 큰 문제는 브랜드 마케팅이라는 고유한 영역으로서의 업무가 진행되지 않는 점이었습니다.
브랜드팀 내에서도 제안만 있을 뿐 최종 진행이 되지 않는 상황이 길어지자 줄줄이 퇴사가 시작되었습니다. MD, 디자이너, 콘텐츠 마케터, 브랜드 마케터 등.. 브랜드의 운영 각 부분에 결원이 생기고 각자 도생의 길이 시작되었습니다.
브랜드의 의사 결정 기준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매출 지표뿐만이 아니라 모호한(?) 브랜드다움을 지켜나가는 일에 정당성이 필요했습니다. "그냥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잖아."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기 위함이기도 했습니다.
적어도 브랜드를 운영하는 팀에서 의사 결정의 기준은 '고객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리는 고객에게 어떤 것을 주어야 하는지'등에 대한 논의를 기초로 두어야 합니다. '브랜드 가치'라고도 불리는 그 뜬구름같은 본질이요. 기업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문제 해결 없이 매출을 많이 올리는 것, 예쁘고 멋있어지는 것, 많이 알려지는 것은 본질에서 동떨어진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위와 같은 문제로 공감하는 남은 팀원들이 모여 브랜드의 의사 결정 기준을 위한 브랜딩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