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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끔씨 Jul 13. 2023

신입 마케터 생존 브랜딩(2) 욕먹어도 홀로 브랜딩

신입 마케터의 브랜딩 생존기


꿈꾸던 브랜드 마케터로 입사 후 1년, 12명이었던 브랜드 팀원 중 8명이 퇴사,
3개월 후 남은 3명이 퇴사하며 결국 혼자 브랜드팀에 남게되었습니다.

팀장님의 퇴사 후, 브랜드를 어떻게든 운영해야 했던 실무자의 생생한 고군분투기입니다.
브랜드의 방향을 설정하고 실행해 온 브랜딩 적용기에 관심있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여전히 브랜딩은 왈가왈부 많은 오해를 갖고 있는 개념입니다.

개념상으로는 똑부러지게 정의할 수 있지만,
어디 이론대로 모든 게 가능하던가요?



실무에서 '브랜딩'을 이야기하면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다고 하고, 

당장은 중요하지 않다고 하고, 

멋있어 보이게끔 만드는 것 정도라고 생각되곤 합니다.

누군가는 브랜딩에 애먼 돈을 쓰느니 '그저 잘 팔리게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합니다.

심지어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담당자에게조차 '브랜딩은 비주얼이 다 하는 거야.'라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하지만, 브랜딩은 특히 브랜드팀의 입장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브랜딩은 팀의 의사 결정에 대한 합의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입니다.(그것도 고객 관점에서요.)




흔히 브랜딩을 사람에 비유하고, 진정성이라는 키워드와 엮는 것을 자주 접합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오늘 하는 말과 내일 하는 말이 다르고,

어떤 때는 친절했다 어떤 때는 시크하고,

환경이 중요한 것처럼 행동하다 돌연 영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힙한 인플루언서처럼 행동한다면

그 사람의 말과 행동과 태도에 감동받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신뢰도가 떨어지니깐요.


정말 많은 브랜드 중 결국 선택되는 것은 소비자에게 신뢰를 살 수 있는 브랜드입니다. 

압도적인 후기와 인지도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 않다면, 한결같은 자세로 얻는 신뢰는 한 사람의 소비자를 우리 브랜드의 팬으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무기입니다. 그렇기에 통일된 브랜드의 톤 앤 매너, 브랜드의 가치, 브랜드의 커뮤니케이션 방향성을 만들기 위한 브랜딩이 선제되어야 합니다. 

 

제가 속했던 조직의 문제로 돌아와보면, 상승세를 타던 매출마저 꺾이기 시작한 시점에서 브랜드의 나아갈 방향성과 전략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는 일은 시급했습니다.(적어도 브랜드팀에게는요.) 브랜딩을 재정립하기 위한 여러 자료를 살펴보고 엄선하여 현대카드 CEO 정태영님의 브랜딩 강의를 따라 하나씩 정리해나가기로 했습니다.



출처 : 현대카드 DIVE YOUTUBE. 1강. Sales vs Marketing vs Branding - 현대카드 CEO 정태영 [OVER THE RECORD]





브랜딩의 첫 단계는
브랜드의 특질을 만들어주는 고유한(구별될 수 있는) 단어를 찾는 것입니다.



브랜드 팀이 제일 먼저 한 일은 그동안 '우리 브랜드가 갖고 있던 단어'가 무엇이었는지를 역으로 살펴보는 것이었습니다. 몇 년간의 브랜드가 행했던 모든 마케팅 캠페인, 제품과 웹 및 SNS 비주얼, 고객의 후기와 반응이 좋았던 게시물 등 모든 데이터를 살펴보며 그 단어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 과정을 통해 각 담당자가 저마다 갖고 있던 '브랜드에 대한 정의'가 다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왜 우리 홈페이지 디자인은 이러했는지, 그때 우리 마케팅 캠페인은 왜 이런 키워드를 강조했었는지 등을 들어보면 브랜드 팀이 일치시키지 못했던 메세지가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위에 얘기했던 이랬다저랬다하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신뢰를 회복하는 시간입니다.) 


무엇이 서로 달랐는지만 알게 되어도 자연스럽게 무엇이 고객들이 정말 반응하는 단어였는지, 앞으로는 이런 단어를 강조하는 것이 좋겠다는 방향성도 얼추 정리가 됩니다.(가능하다면 꼭 다른 영역의 담당자들과 이 단계를 진행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각자가 느끼는 브랜드가 상당히 상이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출처 : 현대카드 DIVE YOUTUBE. 1강. Sales vs Marketing vs Branding - 현대카드 CEO 정태영 [OVER THE RECORD]

 


또한 브랜드의 특질이 되는 단어를 정리해보니, 

막연하게 느꼈던 브랜드의 새로운 방향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명확한 이유가 생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가 몸담았던 '자연주의 뷰티 브랜드'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지난 몇 년간 모든 뷰티 브랜드에게 중요했던 키워드들이 있었습니다. '자연주의', '원료', '친환경' 등이었습니다. 모든 브랜드가 자연에서 가져온 싱싱한 원물을 강조하고, 플라스틱을 적게 사용하는 나름의 활동들을 전개했습니다. 업계의 큰 트렌드였기에 너도 나도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키워드에 집중한 브랜드가 너무나 많았다는 점입니다. 자연주의 브랜드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나요? 아마 '순한', '정적인', '미니멀한', '초록초록한' 느낌일 것입니다. 이제 알고 있는 기초화장품 브랜드들을 생각해 봅시다. 대부분의 브랜드가 이 느낌 안에 들어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다수 브랜드가 같은 키워드로 브랜드를 전개한다면 누가 선점할 수 있을까요? 더 많이 보여주는 쪽입니다. 오프라인 매장을 더 갖고 있고, 온라인에서 더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있고, 자체 친환경 용기를 제작할 수 있는 정도의 고객 풀이 있는 브랜드가 승리하는 것입니다.


출처 : '자연주의 브랜드' 구글 이미지 검색


'친환경' 키워드 역시 모든 브랜드가 참여하고는 있지만, 선점하는 브랜드가 되려면 100% 진심이 되는 수밖에 없습니다.(이 역시 신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일했던 브랜드도 고객들에게 '친환경적인' 행보로 한때 고객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는 브랜드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환경 문제 해결을 사명으로 바라보고 친환경적 가치를 전 제품에 적용하는 브랜드들이 생겨났습니다. 전 제품에 100% PET만을 사용하는 브랜드, 전 제품에 비건 인증을 받은 원료만 사용하는 브랜드들이 생기며 자연스럽게 이들이 친환경 키워드에서 우위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브랜드 키워드를 정립하는 미팅 중 일부 내용

 

브랜드가 몇 년간 지켜왔던 키워드를 살펴보니, 시간이 지나 우위에서 밀려난 키워드, 브랜드의 확장성을 내포할 수 없는 키워드, 애매모호한 정의로 확실하게 전달되고 있지 못한 키워드 등 뾰족하지 않은 브랜드 키워드(가치)를 가진 채 브랜드가 운영되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키워드로의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합의가 나왔고, 이미 새로운 키워드로 실행되고 있는 영역들도 있었습니다. 새로운 키워드를 정의할 때에 아래의 기준에 맞추어 진행했습니다.


브랜드의 과거, 현재를 지나 미래를 내포하는 키워드

여러 자연주의 브랜드들 중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 키워드

브랜드의 강점을 특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키워드


실제로 브랜드의 키워드를 정립할 때, 실무단에서 여러 고민들이 생깁니다. 기껏 고민한 키워드들이 실무와 연관이 없어보인다면 허무한 단어 놀이가 되기 쉽기때문입니다. 브랜드의 특질이 되는 키워드는 현재 실행하고 있는 주요 사업을 내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브랜드가 지켜왔던 키워드일수도, 아니면 새롭게 만들어가야 할 키워드일수도 있습니다. 특히 새로운 키워드를 확장해야 하는 경우 이 변화를 환영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 고객들에게 잘 전달되어야 하는 숙제가 생깁니다.


두 번째는 적어도 2-3년은 변함없이 실행 가능한 키워드를 선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적이었던 브랜드가 '우리 브랜드는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해야돼!'라고 하며 힙함을 키워드로 정한다고 한다면 과연 힙함이라는 키워드가 몇 년간 고객들이 반응할 수 있는 키워드일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또한 그 키워드를 우리가 잘 표현할 수 있을지도요.


마지막으로 모든 영역에 바로 적용될 수 없음을 인지하고 키워드를 선정해야 합니다. 물론 전사가 브랜딩에 관한 같은 의견을 갖고 있다면 각 영역에 즉각적으로 적용이 되겠지만, 영역별로 사업 우선순위에 따라 브랜드 키워드의 적용 시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브랜드팀에게 브랜딩이 중요한만큼, 다른 팀에게는 당장의 매출이 매우 중요할 수 있습니다. 충분히 다른 입장에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지 않으면 관계가 힘들어지겠죠?) 




회의를 통해 결정된 브랜드 키워드와 정의



박터지는 회의 끝에 브랜드가 가져야할 사업적인 태도, 고객과의 관계, 브랜드의 성격에 대해 합의(적어도 브랜드팀 내에서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키워드가 정리되니 놀라운 일이 생겼습니다. 업무의 목표가 뚜렷해진 것입니다. 심지어 다른 분야 사람의 일까지도요. 자연스럽게 어느 시점까지 현행을 유지하고, 어디서부터 새로운 키워드를 적용하면될지, 디자인으로 시작할지, 고객 커뮤니케이션 톤앤매너부터 시작하면 될지 등이 물 흐르듯 정리되었습니다. 


브랜드 팀은 일주일에 한 번 두시간 정도씩을 사용해 브랜드 키워드를 선정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수 없이 많은 단어들 중 단 3개의 키워드로 압축되고 정리되기까지 3-4번 정도의 미팅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이 기간을 통해 브랜드팀 내에서는 적어도 한 지점을 바라보고 의사결정 기준이 명확해지는 경험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모두가 이 일을 반기지는 않았습니다. 브랜드 키워드를 정했다한들, 당장의 실무엔 변화가 없기 때문입니다. 당장에 프로모션 기획하고, 광고소재 만들어야 하고, 상세페이지 문안을 적어야 하는데 왠 작당모의(?)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심을 갖는 따가운 눈총들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브랜드 키워드 정립 이후엔 어떤 단계가 필요할까요?

다른 이들도(먼저는 동료, 그다음은 고객이겠습니다)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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