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J의 취향

날씨의 취향

낮과 밤, 또는 여름과 겨울 사이

by 리욘


한국은 연일 한파 특보에 떠들썩하고 매일 영하의 날씨를 기록한다는데 여름 나라인 이곳은 매일같이 35도에 달하는 더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곳도 12월엔 나름 서늘하다고 했는데 그것도 옛말이 되었는지 대낮에는 5분 이상 걷기가 힘들다. 한낮에 잠깐이라도 걷는다 치면 오후 내내 기진맥진해져서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리기 일쑤다.

요즘 사람들은 자극의 홍수 속에서 더한 자극을 찾고, 점점 더 극단적인 것들이 인기를 끄는데 더운 곳은 더 더워지고 추운 곳은 더 추워지는 걸 보니 날씨조차도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를 쓰나 보다.

나같이 애매모호함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런 극단적인 것들이 가끔 당황스럽다. 무엇이든 적당한 게 좋다. 문제는 그 적당함의 척도를 맞추는 것이 너무 어렵다는 것. 그래도 겨울이나 여름보다는 봄이나 가을 이 좋고, 한낮이나 한밤중보다는 10시, 11시쯤의 애매한 오전, 또는 5시, 6시쯤의 애매한 오후가 좋다. 생각해보면 그중에서도 가을보단 봄이, 오후보단 오전이 좋으니 어쨌든 내 취향은 따뜻한 방향으로 기우나 보다.


순간, 나는 왜 이토록 따뜻한 것들을 좋아하는 건지 궁금해졌다. 혹시 지금의 내가 따뜻하지 않은 사람이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미치니 조금 두려워졌다.


어느 방향으로 기울든 간에 그것은 단지 취향일 뿐인 날씨의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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