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오로지 나를 위해서

by 오든

과거의 나는 자주 누군가를 미워했다.

그 대상은 가족이었고, 친구였고, 직장 동료이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그 미움의 뿌리는 부모님에게 있었다.
엄마와 아빠에게 받지 못한 사랑,
그 결핍이 내 안에서 응어리가 되어 세상을 비틀어 보게 했다.

엄마와 아빠는 늘 언니와 남동생을 더 챙겼다.
내가 무언가를 시도하면 “넌 안 될 거야”라는 말이 먼저 돌아왔다.
기분이 좋을 땐 다정했지만,
기분이 나쁘면 가장 만만한 나에게 화를 냈다.

엄마 아빠가 싸운 날이면,
내가 과자를 먹는 것조차 “너만 맛있는 거 먹냐”며 화풀이의 대상이 되었다.

그때는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몰라 괴로웠다.

이제 생각해보면, 그들은 단지 가장 약한 존재였던 나에게 분노를 쏟았을 뿐이었다.

그런 부모 밑에서 자라며 나는
그들과 닮은 사람을 유독 싫어했다.
감정적이고, 책임을 회피하고,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는 사람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이유 모를 미움이 치밀어 올랐다.
그건 오래된 상처가 다시 아파오는 신호였다.

4년 차 간호사였을 때,
나는 신규 간호사 교육을 맡게 되었다.
가르치는 일은 부담스러웠지만,
그보다 더 힘들었던 건 감정이었다.

아무리 설명해도 신규 선생님은 잘 따라오지 못했다.

실수가 반복되고, 책임을 회피하며, 변명으로 상황을 덮으려 했다.
결정적으로 거짓말을 했을 때,
나는 속으로 ‘그럴 줄 알았다’며 마음을 닫았다.
그의 표정, 말투, 행동 하나하나가 다 싫어졌다.

그때 알았다.
내가 그를 미워한 이유는,
그가 내 부모님을 닮았기 때문이었다.
거짓말하고 회피하는 그 모습이
부모님의 행동과 닮아서 내 안의 오래된 상처를 그대로 건드렸던 것이다.

어느 날 문득, 내 안에서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신규 때 안 그랬니?”

신규 시절의 나는 실수를 밥 먹듯이 했다.
가르쳐줘도 금세 잊고, 자신감도 없었다.
실수를 두려워했고, 혼날까 봐 늘 불안했다.
그때의 나는 두려움 속에 갇혀 있었다.

어쩌면 그 신규 선생님도 두려움 속에서 자신을 지키려 했던 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조금은 풀어졌다.

과거에 선배 간호사들은 나를 묵묵히 기다려주고, 다시 알려주었다.

그 기억을 떠올리자 미워했던 마음이 부끄러워졌다.
‘내가 신규 선생님에게 보여줘야 했던 건,
과거의 나에게 베풀어졌던 그 따뜻한 시선이 아니었을까.’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건,
결국 나 자신을 갉아먹는 일이라는 걸.

미움은 상대를 향한 감정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내 안에 머물러 나를 무겁게 만든다.
자꾸 그 사람을 떠올리게 하고,
그때의 감정을 되살려 마음의 에너지를 소모시킨다.
결국 상처받는 건
그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 자신이다.

점점 예민해지고, 여유를 잃고,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하는 생각에 괴로워졌다.
나는 따뜻하고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그 미움 앞에서 내가 지키고 싶던 태도들이 하나씩 무너져 내렸다.

그래서 다짐했다.
“내가 여유 있고 단단한 사람이 되어야 남의 장점을 볼 수 있다.”
“내가 건강해야 다른 사람의 실수에도 관대해질 수 있다.”

누군가를 칭찬한다는 건 단순히 상대를 위한 일이 아니다.
그건 내 마음의 안정과 자존감을 보여주는 일이다.

진심으로 타인을 인정하고 칭찬할 수 있다는 건,
비교나 열등감에 흔들리지 않을 만큼
내 마음이 단단하다는 증거다.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고 나 자신을 긍정할 때
타인의 장점도 위협이 아닌 ‘좋은 점’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결국, 타인을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건
내 마음에 여유와 힘이 있다는 뜻이다.

이제는 미워했던 그 시간조차
내가 성장하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미움을 내려놓는다는 건
결국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일이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유독 우울한 날, 나를 돌보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