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때 내가 좋아하던 친구가 있었다.
친해지고 싶어서 먼저 많이 다가갔다.
말을 걸고, 약속을 만들고, 시간을 같이 보내려고 애썼다.
그렇게 우리는 가까워졌다.
그 관계가 우정인지 사랑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우정이라고 부르기엔 깊었고
사랑이라고 하기엔 조심스러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마음 한편에서 자꾸 멀어지고 싶어졌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좋아하는데 피하고 싶었고
함께 있고 싶은데 너무 가까워질까 봐 겁이 났다.
왜 이런 마음이 드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괜히 거리를 두고, 말수를 줄이고,
마음을 반쯤 숨긴 채 지냈다.
시간이 지난 뒤에야 알았다.
나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법보다
상처받지 않는 법을 먼저 배운 사람이라는 걸.
가까워진다는 건 나에게 늘 어려운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