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by 오든

나는 엄마처럼 살기 싫었다.

가정주부였던 엄마는 늘 아빠에게 무시당했다.

아빠는 엄마를 자기보다 아래에 있는 사람처럼 대했고 집안일만 하는 가정부로 여겼다.

집안일은 당연히 엄마의 몫이었고, 아빠는 집에서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아빠는 늘 “남자는 밖에서 돈을 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말 속에는 분명한 기준이 있었다.

돈을 버는 사람만이 존중받을 수 있다는 기준. 그 기준 안에서 엄마는 늘 약자였다.

그래서 나는 어릴 적부터 무조건 경제력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중학생 때 언니는 의료계열로 진학했다.

이름만 들으면 그럴듯해 보일 수 있지만 부모님이 원하던 ‘좋은 대학교’는 아니었다.

엄마와 아빠는 언니의 대학을 부끄러워했다.

남들 앞에서 말하기 창피하다며 다른 집 자식들과 비교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반드시 좋은 대학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언니가 졸업하고 취업을 하자 부모님의 태도도 달라졌다.

더 이상 언니의 대학을 창피해하지 않았다.

돈을 벌기 시작하자 그동안의 무시는 사라졌다.

이 집에서 존중의 기준은 ‘학벌’이 아니라 ‘수입’이었다.

그래서 나는 간호학과 진학을 선택했다.

졸업하면 바로 취업할 수 있는 학과.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직업.

내 적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선택이었다.

아니, 간호사는 나랑 전혀 맞지 않는 선택이란 걸 나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문과였던 나에게 다른 선택지들은 너무 불안해 보였다.
중요한 건 엄마처럼 살지 않는 것이었다.

돈을 벌지 못한다는 이유로 무시당하지 않는 삶.
가정 안에서조차 존재를 증명해야 하지 않는 삶.

나는 그런 삶을 피하기 위해 간호학과를 선택했다.

엄마처럼 살기 싫었다. 그 한 문장이 내 진로를 결정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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