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림

by 오든

엄마처럼 살기 싫었던 이유는 아빠와의 관계 때문만은 아니었다.

내가 대학생이 되었을 때 엄마는 아빠를 따라 회사에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내게 말했다.
“동생은 고3이니까 공부해야 하잖아. 네가 밥 좀 챙겨줘.”

나는 밥을 했고 동생이 먹고 난 그릇까지 설거지했다.

동생이 공부를 하고 있으니 이 정도는 누나로서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때의 나는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하다고 믿었다.

누나니까 내가 조금 더 참으면 된다고.

하지만 동생의 수능이 끝난 뒤에도 내 역할은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동생의 뒤치다꺼리를 해야 했다.

그래서 동생에게 말했다.
“이제 먹은 건 네가 직접 치워.”

그리고 엄마에게도 말했다.
“동생은 이제 공부도 하지 않는데 자기가 먹을 건 자기가 알아서 하고 치워야 하는 거 아니에요?”

돌아온 건 이해가 아니라 꾸중이었다.
엄마는 화를 내며 말했다.
“누나로서 그 정도도 못 해주니?”

그 말은 내 말이 틀렸다는 뜻이 아니라 내가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잘못이라는 선언처럼 들렸다.

동생은 내 말을 들은 체조차 하지 않았다.

그때 처음으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요구한 건 배려가 아니라 최소한의 책임이었는데 왜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 있었을까.

어느 날, 동생은 내게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
“돈 좀 빌려줘.”

내가 거절하자 동생은 화를 내며 말했다.
“진짜 김치녀네.”

그 순간 너무 당황했고 너무 화가 났다.

내가 도대체 뭘 했길래 이런 말을 들어야 하나 싶었다.

그날 이후로 동생은 나를 누나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확실히 깨달았다.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동생은 나를 누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동생은 나와 언니를 단 한 번도 ‘누나’라고 부른 적이 없었다.

우리가 잘해주면 고마워하기보다는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였다.

더 불편한 깨달음은 그 다음에 찾아왔다.
나는 동생에게 화가 난 게 아니라 당연하게 이용당해 온 나 자신을 뒤늦게 마주한 것이 괴로웠다.

거절하면 미안해지고, 참으면 착한 사람이 되는 구조 속에서 나 역시 엄마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엄마는 아빠와 남동생에게 헌신하며 살아왔다.
엄마가 살아온 방식은 어느새 나에게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었다.

원하지 않았는데도 나는 사랑받기 위해 나를 뒤로 미루는 법부터 먼저 배워버렸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엄마처럼 살기 싫어졌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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