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단

by 오든

나는 집에서 없어도 되는 사람이 되었다.

집에 있기가 힘들어 가능한 한 집 밖에 머물렀다.
친구네 집에 가거나 짧은 여행을 떠나거나
집에 있어도 전화기 너머에라도 매달려 있었다.
그때 내 삶에서 집은 쉬는 공간이 아니라 버텨야 하는 장소였다.

그래서 나는 점점 더 친구들에게 기대며 살았다.
의지할 수 있는 곳이 그곳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집을 나가고 싶다는 생각은 곧 살아남고 싶다는 마음이 되었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학기 중에도 방학 중에도 멈추지 않았다.

내가 다니던 대학교는 집에서 왕복 네 시간이 걸리는 거리였다.
지옥 같은 지하철과 지옥 같은 버스를 타고 오가는 하루는
몸보다 마음을 먼저 소진시켰다.

왕복 네 시간의 통학은
하루를 통째로 소모하게 만들었다.
학교를 다니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생활은
오래 버틸 수 있는 방식이 아니었다.

나는 처음으로 이 집을 벗어나 살아보고 싶다며 자취를 시켜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단호했다.
“넌 여자라서 안 돼.”

그 말로 선은 분명해졌다.
이유를 묻는 것도
설명하는 것도 의미가 없었다.
나는 선택한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통학을 계속해야 했다.

자취를 위해 돈을 모으긴 했지만
내 수입은 턱없이 부족했고
무엇보다
‘혼자 살아도 되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없었다.

정말 내가 혼자서 잘 살 수 있을까.
엄마, 아빠가 말한 대로
나는 아직 혼자서는 안 되는 사람일까.
그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결국 나는 왕복 네 시간의 통학을 감행했다.

집에 도착하면
하루는 이미 끝나 있었고
잠시 숨을 고르면
다시 학교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왔다.


화요일 연재
이전 13화가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