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동, 요양병원 그리고 투석실(인공신장실) 장단점

나에게 맞는 간호를 찾아서

by 오든

병동에서의 4개월

보호자 응대, 낙상 사고, 입·퇴원, 수액과 투약, 검사 이동까지.

정말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3교대 속에서 간호 실력은 분명 늘었다.

하지만 그만큼 정신은 점점 무너져 내렸다.

병동은 수당이 붙기 때문에 페이는 센 편이다.
하지만 그만큼 몸과 마음의 대가도 컸다.

그래서 다음 선택지는 ‘요양병원’이었다.
병동에서 한껏 예민해진 신경을 잠시라도 내려놓고 싶었다.

요양병원 장점

1. 몸은 확실히 편하다
요양병원에서는 대부분의 처치를 간호조무사 선생님들이 담당한다.
간호사는 오더 확인, 상태 보고, 간호 기록 등 차지 업무를 주로 맡는다.
병동에서 하루 종일 뛰어다녔던 간호사에게는 정말 큰 차이다.

2. 밤근무를 하지 않아도 된다
요양병원은 병동과 달리 나이트 전담 간호사(나이트킵)가 있는 곳이 많다.
덕분에 일반 간호사는 야간 근무를 하지 않는다.
삼교대에 지쳐 있던 몸에게는 큰 장점이다.
낮 시간 근무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육아 중인 간호사나 생활 루틴을 회복하고 싶은 간호사에게 유리하다.

요양병원 간호사의 단점

1. 죽음을 지켜봐야 하는 자리다
요양병원은 회복보다는 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이 많다.
의학적 개입보다는 완화적 돌봄이 중심이 되다 보니,
간호사로서 죽음에 대한 압박감과 책임감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내가 뭔가를 놓친 건 아닐까’ 하는 불안이 하루에도 몇 번씩 밀려온다.

2. 응급상황이 생각보다 자주 발생한다
많은 사람들이 요양병원을 ‘평온한 곳’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의식 저하, 호흡곤란, 혈압 급변 등 응급상황이 잦다.
하지만 인력은 넉넉하지 않고, 시스템은 느린 경우가 많아
혼자 감당해야 하는 순간이 많다.

3. 책임감에 대한 부담이 크다
차지간호사(책임간호사)로 일하면,
모든 상황을 조율하고 책임져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낮은 급여와 단조로운 업무 속에서도
의사결정과 보고, 응급 대응까지 모두 떠안아야 한다.
몸은 편해도, 정신은 늘 긴장 상태다.

4. 텃세와 위계 문화가 존재한다
요양병원은 오래 근무한 나이 많은 조무사나 간병인이 많은 곳이다.
의외로 조직 내 위계나 텃세 문화가 뿌리 깊은 경우가 많다.
나이가 적거나 신입 간호사가 업무 지시를 내리면,
안 하거나 못 들은 척하는 경우도 있다.

5. 연봉은 거의 정체되어 있다
수당이 거의 없고, 연차가 쌓여도 연봉 상승이 거의 없다.
계약 협상도 어렵고, 대부분 최저 기준으로 맞춰지는 경우가 많아
경제적인 만족도는 낮은 편이다.
그래서 많은 간호사들이 다시 병동이나 다른 파트로 이직을 고민하게 된다.

요양병원은 분명 ‘쉼’이 있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내 안엔 여전히 “성장하고 싶다”는 마음이 남아 있었다.

매일 반복되는 루틴,
누군가의 죽음을 조용히 지켜보는 일,
감정은 쌓이는데 실질적인 변화나 성취는 남지 않았다.

나는 조금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간호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혈액원 간호사라는 꿈도 품고 있었다.

그 시작이 될 수 있는 곳이, 바로 투석실이었다.

투석실 간호사의 장점

1. 삼교대가 아니다
병동 간호사의 가장 큰 부담은 단연 삼교대 근무다.
하지만 투석실은 대부분 데이/이브닝 이교대이며,
로컬 기준 근무 시간도 짧아 워라벨이 좋다.

데이: 오전 6시 ~ 오후 12~1시

이브닝: 오전 9시 ~ 오후 4시

2. 반복적인 업무로 적응이 빠르다
투석실은 매일 같은 루틴의 반복이다.
기계 세팅, 바늘 삽입, 손지혈, 투석 모니터링, 퇴실까지.
루틴에 익숙해지면 스트레스는 줄어들고, 업무 숙련도도 빠르게 올라간다.

3. 고정 환자와의 친밀한 관계가 형성된다
투석 환자는 보통 일주일에 2~3회,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 방문한다.
자주 마주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라포가 형성되고,
따뜻한 말 한마디가 오가는 일상도 생긴다.
명절에 간식을 챙겨주는 환자분들도 있어 소소한 보람을 느낄 때가 많다.

4. 인계가 없다
병동에서는 인계가 스트레스 중 하나다.
하지만 투석실은 퇴근 전 따로 인계를 남기지 않는다.
정해진 루틴 안에서 환자를 관리하고, 근무가 끝나면 깔끔하게 퇴근할 수 있다.
퇴근 후에도 ‘일 생각’이 나지 않아 심리적 여유가 크다.

5. 아르바이트 근무가 가능하다
경력이 쌓이면 투석실 아르바이트 기회도 생긴다.
일주일에 2~3회 근무, 단기 계약 등 유연한 형태로 일할 수 있어
육아 중인 간호사들이 특히 선호한다.

투석실 간호사의 단점

1. 새벽 출근은 여전히 힘들다
데이 근무가 오전 6시 시작이라, 4~5시에 일어나야 한다.
4년이 지나도 새벽 출근은 적응되지 않고, 겨울철엔 더 괴롭다.

2. 고정 환자와의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
늘 보던 환자라 좋은 관계도 지속되지만,
한 번 틀어진 관계는 쉽게 회복되지 않아 스트레스가 생긴다.
불편한 환자는 동료와 협조하며 피해야 할 때도 있다.

3.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
삼교대를 하지 않으니 야간/공휴일 수당이 없고, 기본급 중심의 급여다.

4. 경력 인정이 제한적이다
타 부서 경력이 있어도, 투석실이 처음이면 ‘신규’ 취급을 받는 경우가 많다.
급여도 초임 기준으로 책정되어 억울함을 느끼기도 한다.

5. 근골격계 질환 위험
손지혈, 기계 세팅으로 인한 손가락 통증,
말통 운반, 환자 IV 중 구부정한 자세 등으로 생기는 허리·어깨·손목 통증.
장기간 근무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신체적 부담이다.


병동에서의 빠른 성장,
요양병원에서의 조용한 긴장,
그리고 지금 투석실에서의 안정된 루틴까지.

되돌아보면, 내가 걸어온 이 길은 정답이 아니라 하나의 경험일 뿐이다.
누군가에게는 병동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요양병원이나 투석실이 더 잘 맞을 수 있다.

병원마다 분위기도, 시스템도, 사람도 다르다.
같은 공간도 누구에겐 지옥이 되고, 또 누구에겐 쉼터가 된다.

그래서 중요한 건, ‘남들’이 아닌 ‘나’에게 맞는 간호를 찾는 것이다.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 속에서, 이 글이 누군가에겐 작은 힌트가 되었기를 바란다.

나는 지금도 나만의 속도로,
‘나에게 맞는 간호’를 찾아가고 있다.

간호사라는 이름 아래,
모두가 똑같은 길을 걸을 필요는 없다.

어디서든,
내가 가장 나다울 수 있는 곳.
그곳이 결국, 가장 오래 일할 수 있는 곳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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