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커피와 함께 시작합니다

부풀어 오르는 커피처럼

by 김현부

아침은 언제나 커피와 함께 시작합니다.

대충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합니다.

그리고 어제밤에 아무렇게나 벗어둔

츄리닝을 주워 입고 거실을 지나 주방으로 갑니다.


물 한잔으로 밤새 마른 목을 축입니다.
어제 맥주를 마셔서 그런가요?
아직 목이 말라 물 한잔 더 마셔봅니다.


물 두 잔을 마시고 커피 그라인더 스위치를 누릅니다.
'웽'하는 소리를 내며 커피가 갈립니다.

커피향이 나는 듯 합니다.


커피가 갈리는 동안 전기 주전자에 물을 끓입니다.


그리고 커피 드리퍼에 필터를 끼웁니다.


종이 필터의 아랫면과 옆면의 찝어 놓은 부분을
선을 따라 접어두면 드리퍼에 끼우기가 쉽습니다.


지금 사용하는 있는 드리퍼는 '칼리타'입니다.


몇년이 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커피색으로 바래져 있지만, 그리고 여기 저기 금이 가 있지만,
손에 익숙한 이 드리퍼가 나는 좋습니다.


바닥에 구멍이 세개가 나 있는 드리퍼를 ‘칼리타’라 부릅니다.
드리퍼의 이름은 최근에 알게 되었습니다.


이름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름이 있는지도 몰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할까요?
하지만 이제라도 알게 되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필터를 드리퍼에 끼우고 이미 갈아 둔 커피를 드러퍼에 담습니다.
그리고 드리퍼를 살짝 흔들어 커피면을 고르게 만듭니다.


전기포트에 물이 팔팔 끓으며 구름이 피어 오르면
황동으로 만든 주전자에 뜨거운 물을 담습니다.


자신은 잘 쓰지 않는다며 지인이 선물로 준 주전자입니다.
쓸때마다 주전자에게도, 지인에게도 감사하네요.


커피서버위에, 커피드리퍼를 올리고
뜨거운 물이 든 주전자를 손이 쥡니다.


이제부터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뜨거운 물을 커피 정중앙에 조금씩 붙기 시작합니다.
그리면 ‘싸악’하는 소리를 내며 뜨거운 물이 커피사이로 스며들고
커피와 뜨거운 물이 화학작용이라도 일으키듯
커피가 부풀어 오르기 시작합니다.


마치 오븐에서 맛있게 구워지는 노릇한 빵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커피의 부드럽고 진한 향이 집안을 채우는 멋진 순간입니다.


그렇게 커피가 부풀어 오르면 잠시 뿌듯하게 그 모습을 감상합니다.

몇몇 장난끼 가득한 커피 알갱이들이 거품 미끄럼틀을 탑니다.
그 잠시가 지나면 동그랗게 부풀었던 커피는 천천히 주저 앉기 시작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뜨거운 물을 부어야 합니다.
하지만 부드럽게 그리고 천천히 부어야 합니다.
커피 알갱이가 파도에 휩쓸려 가지 않도록 말입니다.


그러면 커피서버에 커피가 채워지기 시작합니다.

입안엔 이미 달콤쌉쌀한 커피향이 조금씩 채워지고 있습니다.


적당히 커피가 채워지면 물을 그만 붙고
드리퍼에서 커피가 더 이상 떨어지지 않을 때까지 잠시 기다립니다.


빨리 마시고 싶지만,
혹시 딴짓하다 늦게 떨어지는 커피가 있을지도 모르니
조금만 더 기다려 봅니다.


자, 이제 커피를 마실 준비가 되었습니다.


커피서버에 풍성히 담긴 커피를,
커피자국 잔뜩 베어 있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커피 잔에 옮겨 담습니다.


감사의 기도를 하고
커피 한 입, 입안에 머금어 봅니다.


입안 가득 커피향이 채워지고
감사의 마음도 같이 부풀어 오릅니다.


참 기분 좋은 느낌입니다.


아침을 평온하게 그냥 보내면 뭔가 아쉽습니다.


같이 지내는 딸들의 할머니가 커피를 마시려,
다 사용한 커피드리퍼와 서버를 가지고 가십니다.


커피를 갈고 드리퍼에 물을 붙습니다.
물을 조절하기가 힘들텐데 전기포트로 직접 물을 붙습니다.


나의 우려는 종종 현실이 됩니다.


커피드러퍼에 담긴 커피 알갱이들이
폭탄을 맞은 듯 여기저기, 덕지덕지 난리가 났습니다.
커피는 빵처럼 부풀어 오르지도 않았습니다.
참담합니다.


‘무슨일이냐? 왜 그런거냐?’ 물었습니다.
주저하더니 ‘커피 필터 종이 아끼려 그랬다’ 대답하십니다.


필터종이를 아끼려 내가 사용했던 종이필터를 재사용한 것입니다.
당황스럽고 황당해 잠시 멍해졌습니다.


그리고
‘커피에 대한 모독이다! 커피가 비싸냐? 종이필터가 비싸냐?,’
라는 주장과
‘절약이다!, 커피맛은 이상없다!’
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했습니다.


결국 누구의 주장도 우세해지지 못하고
결국 허망한 헛웃음으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일 덕분에 오늘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몇 장 남지 않은 커피필터를 사는 것입니다.


아까운 생각이 들지 않게 서너박스 넉넉하게 사 둘 생각입니다.


부풀어 오르는 커피처럼
마음을 넉넉하게 부풀려 보는 아침은 이렇게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