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의미없는 시간의 반복'
잠시 잊을 때가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하다보면 잠시 나의 상태에 대해 잊을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쁘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은 그저 그런 상태에서
뜬금없이 걸려온 친구의 전화를 받고 쓸데없는 농담을 하다 보면
그저 그런 상태를 잠시 잊어 버리는 그런 것 말입니다.
하지만 전화 통화가 끝나고 혼자 있다보면 다시 그저 그런 상태가 됩니다.
그냥 딴데 신경이 팔려 잠시 잊는것 뿐입니다.
조용히 바닥이 보이지 않는 마음의 우물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사는 것도 이런 것과 비슷하지 않은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는 건 기본적으로 '보이지 않는 혹은 알 수 없는' 상태인 것 같습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나 웃고 떠들고 실망하고 화내고 좌절하는 감정들은
'산다는 별 의미 없는 상태를 잠시 잊고 싶어하는 자아의 무의식적인 시도이지 않나?'하는 생각입니다.
무엇인가 몰두한 다는 것,
의미를 찾는 다는 것,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한다는 것,
도전한다는 것,
성취한다는 것,
심지어 실패하거나 좌절하며 느끼는 모든 감정들은
결국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잊기 위한 무의미한 시도일 뿐입니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우물의 바닥을 보려하는 것 처럼,
답이 없는 문제를 푸는 것 처럼,
사는 것이라는 별 의미 없는 시간을 지금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대하고 실망하며 사랑하고 싫어하며 서로의 감정과 시간을 갉아 먹으며 이 '의미 없는 상태'를 애써 잊으며 사는 이유말입니다. 나의 존재가 너에게 무슨 의미이며, 또한 너의 존재가 나에게 무슨 의미인지 그리고 이러한 모든 고민이 과연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답이 없는 문제를 푸는 것처럼 말입니다.
고대 현자의 고백처럼 사람의 노력은 자신에게 유익할 것이 없으며 또한 삶이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다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의미없는 시간을 살았습니다.
왜 그는 살았을까요?
어쩌면 '산다는 것은 사는 것이 의미없는것임을 깨닫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를테면 '사는 것이 의미없는 것임을 깨닫기 위해 산다'라고 말입니다.
이것이 사는것이니 누가 '사는것은 의미있는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요?
이 의미 없는 삶을 살아가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혹 이 의미없는 삶을 살아갈때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있을까요?
매일 매일이 반복되는 시간들,
우리는 이 시간을 일상이라 부릅니다.
아침에 해가 뜨고 바람이 불어 나무가 흔들리고 해가 지며 달이 뜨는 하루의 반복,
겨울의 찬 바람이 그치면 여린 새싹이 돋고 온 세상이 풍성해지는 한 해의 반복,
나고 자라고 늙어가는 삶의 반복이 바로 그 것입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시간이지만, 이 시간의 반복을 바라보는 것은 나름 재미가 있습니다.
의미없는 시간의 반복이 삶의 재미를 만들어 줍니다.
자고 일어나 먹고 마시고 다시 잠이 드는 하루의 일상,
이 의미없는 시간의 반복이 주는 즐거움입니다.
나는 늙어지고 아이들은 젊어집니다.
의미없는 시간의 반복은 먹고 마시는 반복의 일상을 주고
이 일상은 사는 재미를 줍니다.
그럼 나의 아이들이 늙어지고 나의 아이들의 아이들이 젊어지겠지요.
그러니
나의 먹고 마시는 반복의 일상이 주는 재미를 방해하지 말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나도
당신의 먹고 마시는 반복의 일상이 주는 재미에 방해가 되지 않게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나의 일상과 당신의 일상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당신이 없으면 나의 일상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