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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부 Jun 25. 2019

‘너’외에 다른 누군가가 될 필요없단다

딸에게 쓰는 편지 2

어린왕자는 저 별에서 혼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살다보면 이 우주에 나 혼자인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단다.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고 싶어, 연락처를 쭉 훌어보니 전화 걸고 싶은 사람이 없다든지,

누군가를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은데 막상 만나려니 만나고 싶은 사람이 없다든지 하는 기분말이야.

 

나만 빼고는, 모두 다, 즐겁게 잘 지내고 있는 듯한 그런 기분 말이지.

인스타를 봐도, 페이스북을 봐도...

난 지금 혼자인데 말이야.

혹시 너도 그럴때가 있어?


아빠는 그런 기분이 들 때가 있단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이런 느낌에 익숙해지는 과정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

이런 기분이 든다면, 이 '혼자인 듯한 느낌'에 너무 당황해 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절대 불행해 하거나 절망할 필요가 없어.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인생은 '혼자 살아가는 것'인 것 같다.


오해하지는 말아라.

'아무도 필요없어! 어차피 혼자니까!'라는 말이 아니야.

'나'라는 사람이 '너'라는 사람과 같이 살아간다는 이야기에 가까우니까.


'나'는 나에게, 나로서 충실히 살아가고,

'너'는 너에게, 너로서 충실히 살아가는 그런 이야기야.


사실 아빠도 인생을 잘 몰라. ㅎㅎ

처음 살아보는거 거든, 너처럼 말이야.

그래서 서투르지 뭘 하든...


내가 너에게 서투른 이유가 다 처음이라서 그럴거야.

특히 넌 첫 딸이니까, 좀 더 서툰것 같다.


그래서 불행하게도 앞으로도 계속 서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말이야.

미리 미안할게, 이해해 주기를 바래

믿기지 않겠지만, 나도 나로서,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


어쨌든, 한 사람의 '나'로서 살아가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

난 항상 누군가들 닮고 싶어했던 것 같아.

'나'아닌 누구가가 되고 싶었던 것 같다.


'나'를 제대로 알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좀 걸리더라고...

아직도 나는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속에 있는 것 같아.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어렸을 땐 아빠의 아빠처럼, 그러니까 할아버지처럼 되고 싶었던것 같고,

그리고 좀 더 크니까, 키가 크고 멋지게 생긴 아빠의 외삼촌처럼 되고 싶기도 했었고,

그리고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선생님이나 친구처럼 되고 싶기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이가 한살, 두살 먹고나는 결코 '나'외에 누구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어느 순간인가부터 느끼기 시작했던것 같다.

'나'는 그 누구도 아닌, 그리고 그 누구도 될 수 없는 '나'인 것을...


내가 하는 말이 이해가 되니? 너무 이상한 이야기인가?

사실 내가 너만한 나이였을때 이런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단다.

철이 없기도 했고, 그 누구도 이런 이야기를 해 주지 않았어.


물론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고해서

내가 좀 더 성숙할 사람이 되었을 거라고 말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이야기가 필요없었다'라고 이야기 할 수도 없을 것 같아.


사실 난 누군가가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으면 했거든 아니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 하자면,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 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했어.


혹시 모르니 도움이 필요하거나 다른 사람의 의견이 필요할 때가 오면,

내가 있다는 것을 항상 기억하렴.

그리고 나는 언제나 너 편이라는 것도 기억하고.

나는 니가 너일때 가장 좋다.

다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이 세상에서 단 하나의 존재.

그러니 너를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지 않아도 된다.

알고 있지?


하지만 사람이라 어쩔수 없이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기도 하겠지만,

기억해, 너는 다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사람이란걸.

알겠지?


2019년 6월 25일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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