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면 이런것도 그리운 날이 올 것 같습니다.
치우는 건 일입니다.
특히 아이가 생기고 나면 더욱 그렇습니다.
내가 어질러 놓은 것도 치우기가 벅찬데 아이가 어질러 놓은 것까지 치워야 합니다.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포기합니다.
그러면 집은 금세 쓰레기장이 됩니다.
참다, 참다 못해 치웁니다.
짜증은 날대로 났습니다.
장난감이며,
널부러져 있는 옷가지며,
무더기로 쌓여 있는 책이며,
마트에 다녀온 박스며,
숨어 있던 접시며...
치우다 보면 접시도 종종 나왔습니다.
이건 분명히 아이들의 짓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나 아니면 아내가 분명하지만, 둘 다 기억을 하지 못합니다.
이렇게 십몇년을 살다보니 이제는 어질러진 집이 익숙합니다.
포근하다고나 할까요.
그래도 치우기는 합니다.
널부러져 있는 물건을 치우고, 청소기를 돌리고, 설겆이도 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이 다 자라고 나면, 집을 이렇게 혹은 저렇게 정리하고 꾸며 볼까 생각을 해 봅니다.
깔끔해진 집을 상상하는 건 나름 기분좋은 일입니다.
오늘 아침, 작은 딸을 학교에 보내고 나서 식탁에 앉았습니다.
여느때와 같이 식탁은 지저분 아니 너저분합니다.
그래도 밥 먹을때마다 식탁을 닦으니 더럽지는 않지만,
물건들이 여기 저기 널려 있어 너저분하기는 합니다.
그러다 이런 생각에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치우지도 않았는데 식탁이 혹은 집이 깨끗하면 어떡하지?'하는 생각입니다.
그렇게 되면 좋기는 하겠지만, (정말 좋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는 말은, 집에 어지러는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이겠죠.
치우는 사람만 있고 어지러는 사람이 없으면 결국 치우는 사람의 일도 없어집니다.
아이들이 다 자라 어른이 되고, 그들의 삶을 살고 혹 가정도 이룰 것입니다.
그럼 나는 나이들어가겠죠. 그래서 멋지게 나이들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계획만 있고 방법은 없기는 합니다.
그때가 되면 혹시, 이렇게 귀찮고 지겨운 치우는 일도 그리워질까요?
널려 있는 것들은 정리하고,
장난감들을 박스에 담고,
바닥에 쓰레기처럼 쌓여 있는 옷을 치우고,
책이며 필기구며 누구의 것이지도 알 수 없이 널려 있는 이 식탁도 말이죠.
너저분한 집안을 둘러보며 사진 몇 장 찍고, 기억에 담아둡니다.
아이들 장난감치우던 날이 기억이 납니다.
약간은 그립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어질러진 이 식탁도 그립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