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본다

눈빛, 표정, 몸짓 그리고 말

by 김현부

뭔가 특별한 일이 있어 일찍 일어난 것은 아니다.

어제밤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


앉을때도 좋고 잠시 눈을 붙일때도 좋은데, 온잠을 자기에는 별로다.

소파가 등받이 밑쪽으로 움푹 들어가 있어,

누우면 오른쪽이든 아니면 왼쪽이든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어 있다.


잠이 깊이 들면 어느쪽으로 기울어져도 괜찮지만,

선잠을 자면서 몇번씩 깨다보니 왼쪽 날개쭉지 아래가 결린다.


눈을 떠보니 아직 밖은 어두웠다.

하지만 칠흙같은 어두움은 아니였다.

새벽이 오고 있다.

그리고 잠시 뒤척이는 사이에 새벽이 왔다.

이내 아침이 될 것이다.


식구들은 아직 잠들어 있다.

투명한 유리잔에 물 한잔 받아왔다.

그 사이에 아침이 되고 있다.


눈을 떳을때가 밤과 새벽사이 어딘가였다면,

지금은 새벽과 아침사이 어딘가가 되었다.

책상위에 켜둔 램프를 껏다.

충분히 잘 보인다.


새벽에 일어나 일을 시작하는 사람도 있고,

새벽에 일어나 운동을 하는 사람도 있고,

새벽에 일어나 기도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새벽에 일어나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


마른 목을 축이려 물 한모금 마셨다.

갱지에 잉크가 스며들듯 물 한모금이 몸으로 스며들고 이내 입 안은 다시 건조해진다.

그럼 다시 물 한모금 다시면 된다.


여느때 눈을 뜨면 쨍한 아침이 되어 있었다.

피곤한 몸을 일으키며 기지개를 쭉 펴고 하루를 시작했다.

늦지 않게 서두르지만 언제나 시간은 통장 잔고처럼 빠듯했다.

그래도 보통은 아내와 함께 나름 여유로운 점심을 먹었다.

나머지 하루일을 마치고 집으로 와서 저녁을 먹었다.

아이들의 얼굴도 잠시 보았다.

학교이야기며, 친구이야기를 잠시 물어보았다.

그리고 시덥잖은 농담 몇 마디하고 잘 준비를 했다.

언제나 시간은 충분하지 않다.


사실 나는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른다.

나의 부모가 나를 잘 몰랐듯이 나도 아이들을 잘 알지 못한다.


닫힌 방문이 열리면 잠시 방안을 볼수있듯이,

잠시 열어주는 마음으로 난 아이들을 본다.

그렇게 아내도 본다.


눈빛을 통해,

표정을 통해,

몸짓을 통해,

그리고 열어주는 말을 통해서 나는 너를 본다.


아침 햇살이 감나무 잎사귀에 떨어진다.

잔에 남은 물을 비우고 하루를 시작한다.


나는 오늘도 너를 볼 것이다.


눈빛으로,

표정으로,

몸짓으로,

그리고 말로...


열어주면 그 열린 문틈으로 잠시 볼 수 있다.

아직 닫혀있는 문 앞에서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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