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때 가더라도 인사정도는 할 수 있잖아?
2011년도부터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한국에 막 귀국한 뒤라 지인에게 부탁을 하고 여기저기 원서도 내었습니다.
참 만만하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어렵사리 안산에 있는 한 대학에서 강의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름 준비를 열심히 했습니다.
누군들 안 그럴까요?
하지만 처음 대학에서 하는 강의라 긴장이 되었습니다.
물론 기대도 했습니다.
'대학에서 강의라...'
지금도 가끔 횡설수설하기도 하지만
아마 모르긴 몰라도, 그때는 더 그러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일주일에 하루하는 강의라 참 기다려졌습니다.
아직 치매가 올 나이는 아니라, 그때 만났던 학생들이 지금도 생각이 납니다.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새내기 학생들이었습니다.
작년 새학기가 되었는데 한 학생이 내 수업에 들어왔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20대 후반의 청년이 되었더군요.
고등학생같았던, 약간은 반항기가 있고 얼굴이 뽀얀 아이였는데 말입니다.
참 반가웠습니다.
그 친구는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해 처음으로 베이스를 배운다고 했습니다.
베이스 연습이 재미있다고 했습니다.
연습도 꽤 열심히 했습니다.
그리고 칠팔년의 시간이 지나, 학사학위를 따기위해 이 학교에 편입을 했습니다.
기특했습니다.
2011년 당시, 안산에 있는 그 학교에서 레코딩에 관련된 수업을 했었습니다.
녹음 장비가 없어 라이브용 믹서를 가져와 마이크와 연결하고,
스피커에서 소리가 나게 세팅을 해 보는 수업이었습니다.
간단하지만 만만하지는 않은 일입니다.
막상 해 보면 상당히 재미나고 신기한 일입니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으며 신기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웠습니다.
대부분 마이크를 들고 "아! 아! 우와, 신기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스피커에서 나오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으며 "들려? 내 목소리 들려?"라고 묻습니다.
아주 크게 잘 나오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렇게 일년동안 재미나게 수업을 했습니다.
일년하고 나니 내년에는 더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생들이 흥미를 가졌던 주제들을 정리하고 싫어도 꼭 해야하는 주제들을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정리했던 그 자료들을 그 학교에서 다시 사용하지는 못했습니다.
겨울방학이 다 끝나가는데, 새학기 스케줄을 정리를 해야하는데 학교에서 연락이 없었습니다.
워낙 학교 업무라는게 느리게 진행되기 때문에 종종 그런일이 있다고 친구가 말해주었습니다.
그래서 몇일 더 기다렸습니다.
그래도 연락이 오지 않아 불안해졌습니다.
학교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실용음악과 조교 홍길동입니다."
"안녕하세요? 지난 학기에 레코딩이랑 개인실기 강의한 전우치입니다."
"..."
"다른게 아니라, 이번 학기 강의 시간표 아직 안 나왔나요?"
"강의 시간표는 이미 다 나왔습니다."라고 조교 홍길동은 말했습니다.
"그런데 누구시라구요?" 조교가 물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대학에서 조교는 2년마다 바뀝니다.
2년이 지나면 그만 두어야하는 직장입니다.
말 그대로 정들면 안녕입니다.
그러니 정을 두기가 쉽지 않은 직장일 것 같습니다.
대부분 조교들은 졸업생들입니다.
학교를 졸업하면서 조교가 됩니다.
그래서 2년이 지나 떠날때가 되면 졸업때보다 마음이 더 그래집니다.
어쨌든, 누구냐고 묻는 조교의 물음에 불안해졌습니다.
"레코딩 강의했던 전!우!치입니다."라고 말하며 이름은 더 또박또박 말했습니다.
조교는 잠시 기다리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다음 학기에 배정된 강의가 없습니다."라고 조교는 말했습니다.
"예? 없나요? 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그렇게 전화를 끊었습니다.
심장은 평소보다 더 빨리 뛰었고 얼굴에서 열이 났습니다.
화끈거렸습니다.
일년동안 가르쳤던 1학년 학생들에게 헤어지면서 한말은 괜히 했었습니다.
주제도 모르고...
"방학동안 너무 열심히 놀지만 말고 연습도 좀 하시지? 다음학기에 확인할거다!"라고 말했었습니다.
쓸데없는 설레발을 쳤습니다.
'이래도 되나? 너무한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뭐가 감사하다고 멍청하게 '감사합니다'하고 전화를 끊었지?'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교야 새로 전해 받은 일이니 자초지종을 알리가 없으니 그의 반응은 당연했습니다.
이해가 됩니다.
그래도 일년동안 나름 열심히 했는데 아무런 언지도 없이 짤리게 되니 기분이 메롱해졌습니다.
아무에게나 메~롱하고 싶었습니다.
사람사는 세상이 언제 인간적이었던 적이 있었던가요? 그래도 이건...
'원래 그런거야', '시스템이 그래서 어쩔수 없는 일이야'라고 말하면 할 말은 없습니다.
원래 일용직이라는게 그렇죠, 예! 알고 있습니다.
한번 사용을 위해 필요한 직업, 일용직입니다.
하지만 사람사는게 그런가요?
내 잘못이 아니더라도, 어쩔수 없이 그렇게 해야 하더라도,
'이번엔 미안하게도..'라고 말을 시작할 수도 있고,
그 동안 뭘 했는지 사실 잘 모르더라도, 그리고 별로 고마울것 없었더라도
'그동안 수고 많았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말을 마칠수도 있습니다.
사람사는걸 그렇게 만들수도 있습니다.
그런 말을 듣는다고 속상한 것이 속상안해지지 않겠지만,
그래도 '안녕'이라는 말을 들으면 적어도 미련은 가지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미리 들을수 있었다면,
몇몇 인사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그동안 고마웠어' 인사정도는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아무리, 안 그래도 아무 상관없고, 앞으로도 별로 볼 일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그래도 말이라도 해 주시지, 마음의 준비라도 하게 말입니다.
그게 사람사는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