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얌체같은...
아무리 내 자식이지만,
아무리 내 딸이지만 괘씸할 때가 있다.
오늘 아침이 딱 그랬다.
일 때문에 삼일 집을 비웠다.
어디 나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유난히 더 가족들이 보고 싶었다.
일주일 뒤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큰 딸도 보고 싶었고
큰 딸보다 다섯살 어린 둘째딸도 보고 싶었다.
어제 저녁 집에서 와서 집에서 잠을 잤다.
역시 집이 좋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내렸다.
역시 커피는 내가 내린 커피가 나에게 딱이다.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둘째 딸이 눈을 일어났다.
교복을 입고 나왔는데
아직 머리에서 물이 뚝뚝 떨어진다.
"아빠, 머리 말려줘" 둘째 딸이 말했다. 그리고
"아빠가 머리 말려주는게 제일 좋더라"라고 이어서 둘째딸이 말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땐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말을 안 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한다.
어쨌던 둘째딸의 눅눅한 머리카락을 말리기 시작했다.
머리칼이 마구 엉커 있었다.
빗으로 정성스레 빗어가며 드라이기로 머리카락을 말렸다.
시간이 좀 걸리긴 하지만 뽀송 뽀송해진 머리카락을 만지면 기분이 좋다.
머리를 말리고 나온 둘째딸은 어제 내가 사온 맥쓰봉 청량고추 후랑크를 먹으려 했다.
딸이 좋아하는 쏘세지이다.
학교 마치면 와서 먹으라고 구슬려 계란후라이를 했다.
식탁에 앉아 계란후라이를 기다리는 딸에게 토스트는 니가 구우라고 일렀다.
주는 것만 낼름 받아 먹지 말고 너도 움직이라고 말이다.
딸은 식빵에 토스터에 넣고 다시 식탁으로 돌아와 앉았다.
귀여워 머리를 쓰다듬으려 하는데 머리를 훽 돌렸다.
그때 딸의 표정을 보았다.
너무나 기분 나쁜듯한 표정을 나는 보았다.
머리 만지는 것이 정말로 싫은 모양이었다.
순간 내 기분도 훽 나빠졌다.
그냥 가려다 기분이 나빠 딸의 머리를 쥐어 박았다.
머리를 말려 달라고 할 때는 언제고,
그것도 아빠가 말려줄때가 가장 좋다고 그래 놓고,
귀여워 쓰다듬으려는데 그렇게 기분 나빠하다니 괘씸히기 짝이 없어 머리를 쥐어 박았다.
아무리 내 딸이라지만, 고슴도치도 제 자식은 귀엽다지만,
난 내 딸의 얌체같은 그 행동이 참 싫었다.
그래서 딸에게 말했다.
"너, 얌체같이 살지 마라!
필요할 때만 와서 '니가 제일 좋아'라고 말하고
필요 없어지면 거들떠 보지도 않는 그런 인간이 되면 안된다!"라고 말했다.
"학교에서, 친구들한테서 그런 걸 배운다면, 아니
너 때문에 학교가, 그리고 친구들이 얌체같이 물든다면 차라리 학교에 가지 마라!"라고 난 이어서 말했다.
이기적인 사람도 싫지만 이기적이고 못된 사람은 더 싫다.
필요할 땐 누구보다 친하게 왔다가 용무가 끝나면 남 보다 못해지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 될까봐,
내 딸이 그렇게 될까봐 무서웠다.
딸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고 딸은 눈물을 흘렸다.
계란후라이를 씹으면서 식빵을 입에 넣으면서 울었다.
그렇게 혼나르나 학교에 늦은 딸을 학교앞 까지 태워 주었다.
"다녀 오겠습니다" 딸이 인사를 했다.
보통 딸은 나에게 존댓말을 하지 않는다.
"다녀 와라" 대답은 했지만 웃지는 않았다.
집에 돌아와 다 식어 빠진 쓴 커피를 마시며 쓴 생각에 빠졌다.
결국 둘째딸은 나한테서 배운 것인가?
그렇게 살지 말아야 하는데 말이다.
그렇게 살지 말아야 하는데 생각하며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느끼는 건 상대방이니 상대방이 이야기하지 않는 이상 그 마음을 알 길이 없다.
그러니 그런 일이 없기를 아니 많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결국 '나나 잘해야지!'로 결론 지었지만
얌체같은 몇몇 얼굴이 떠 올랐고 여전히 둘째딸은 괘씸했다.
학교에서 오면 맥쓰봉 청량고추 후랑크를 줘야겠다.
미안하다 말할 것이지만 웃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