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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부 Sep 12. 2019

뭐하고 싶어?

딸에게 들려주는 어린 왕자 이야기 1

사막에서 어린 왕자를 만났던 사람이 제일 먼저 한 이야기는

그 사람이 여섯살적에 보았던 그림이야기야.


맹수를 감키고 있는 보아뱀 그림인데

보아뱀이 불곰을 칭칭감아 움직이지 못하게 해 놓고

이제 입을 벌려 곰을 집어 삼키려고 하는 그림이야.


그 사람은 그 그림을 보고 밀림속에서 모험하는 생각을 했다고 그러더구나.

그렇게 무서운 그림을 보면서 모험을 생각하다니 참 대단한 사람인 것 같아.


그 그림은 '체험한 이야기'라는 원시림에 관한 책에 실려있는 그림이었어.

그러니 사막에서 어린왕자를 만난 그 사람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아마도 그가 '체험한 이야기' 관한 이야기였는지도 몰라.


어쨌든 그 사람은 '체험한 이야기'라는 책을 읽으며 밀림속에서 온갖 모험을 하는 자신을 상상을 했겠지?


아빠는 궁금해져, 넌 요즘 어떤 상상을 하면 지내는지.


아빠는 티비나 컴퓨터, 휴대폰 때문에 상상이라는 것을 언제 했는지 기억이 나지를 않네.

무언가를 보고 있으면서 상상하기는 참 어려운 것 같아.

예능 프로그램이나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하고 있으면 상상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 같아.

너는 어떠니?


'상상한다'라는 단어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우리는 이제 상상을 하지 않고 살고 있는 것이기 때문인지도 몰라.


사막에서 어린 왕자를 만났던 그 사람이 '체험한 이야기'라는 책을 읽으며 한 것이 무엇인지 기억나니?

그래! 색연필을 가지고 그림을 그린 것이야.

너도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잖아.

아빠도 어릴때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아.

모든 아이들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지.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그림인데 무시무시한 그 그림을 본 어른들은 쓸데없는 모자를 그렸나며 그 사람에게 지리, 역사, 수학, 그리고 문법에 관심을 가지라며 충고해 주었어.


그러니까 어른들의 말은, 쓸데없는 그림이나 그리며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좋은 학교에 가서, 좋은 직장을 구해, 돈 많이 벌어, 잘 먹고 잘 살아라'라는 이야기었겠지?


니가 볼 때 아빠도 어른이니,  아빠를 포함한 어른들이 하는 이야기도 이와 비슷하다면 어른들의 이야기에 너무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상상할 줄 모르는 어른들은 틀림없이 니가 상상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기껏한다는 이야기가 '잘 먹고 잘 살아라'라는 정도의 이야기만 할테니 말이야. 


니가 만약 '상상'이라는 신비한 것을 하고 있다면 말이야. 

어른들이 하는 이야기가 얼마나 터무니 없는 이야기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을꺼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막에서 어린 왕자를 만났던 그 사람은 무척이나 어른들을 이해시키고 싶었나봐.

아이들에게 어른은 나름 중요한 존재니까 그랬던 것 같아.

어른들이 ‘자신의 그림 1호’인 속이 보이지 않는 보아뱀을 이해하지 못하니까 그래서 속이 보이는 보아뱀 그림, 그러니까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다시 그렸지.

어른들이 이해할 수 있게 아주 쉽게 말이야.


하지만 어른들은 속이 보이지 않는 그림이든, 속이 보이는 그림이든 둘 다 이해하지 못했어.

둘 다 똑같이 쓸데없는 일처럼 느껴졌던 것 같아. 

결국 그 사람은 그림 그리는 것을 포기하고 조종사가 되어 세계 곳곳을 날아 다니게 되었지. 

어떻게 보면 그것 때문에 어린왕자도 만났으니 그림을 포기한 건 오히려 잘 한 것인지도 몰라.

그렇다고 해서 어른들의 그런 행동이 괜찮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야.


어쨌든 아빠는 궁금해지더라, 그 사람은 왜 그림을 포기했을까?

아마도 지쳤던 것 같아.

아니면 어른들과 싸우기가 싫었던 것일지도 몰라. 


무슨 일을 하고 나면 왜 그랬는지 일일이 설명해야하는 것은 참 지치는 일이야, 그지?


어른들이 화를 내거나 혼 낼 때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어.

생각해보니 아빠가 화를 낼 때 하는 말이네.

미안해.


어쨌든 아빠가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하고 말하면

넌 언제나 "모르겠어, 그냥 하고 싶어서..."라고 대답하곤 했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이미 충분한 이유인데 어른들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화를 내고, 너는 자꾸 설명을 해 주어야 하니 맥이 빠져 이제 설명하는 대신 "잘못했어요"라고 대답하고 있는 것 같아 너무나 미안해.


그러니 시간이 지나 혹시 어른들이 이해된다거나, 아이들이 왜 그러는지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면, 혹시나 그렇게 된다면 이건 아주 심각한 일이니 당장 하던 일을 멈추고 무엇이 문제인지 생각해야 해.

그렇게 된다는 것은 어른이 되었다는 뜻일수도 있어.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더 이상 상상하고 있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니까.


혹시나 그렇게 된다면, 조용히 생각해 보아야 해.

이제 더 이상 하고 싶은 일이 없어진 건 아닌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었는지 잃어버려 그게 무엇이었는지 생각나지 않는건 아닌지,

그것도 아니면 이제 더 이상 상상이라는 것을 하지 않는지 등에 대해서 말이야.


그래서 아빠는 딸에게 물어본다.

우리 딸, 지금 무슨 상상을 해? 딸이 하고 싶은일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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