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도 마음도 든든해진다.
"안녕하세요, 그간 잘 지내셨죠?"
"오랜만이네요, 살이 좀 빠지셨나요?"
"아니에요, 그대로입니다. ㅎㅎ,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이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ㅎㅎ"
"여기 앉아도 되나요?"
"테이블 치워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들린 동네 콩나물 국밥집 아주머니와 나눈 대화이다. 일 년에 몇 번밖에 가지 못하는 식당이지만, 그래도 수년을 다니다 보니 이제 안부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처음엔 콩나물국밥을 먹으러 갔었는데 벽에 걸린 커다란 메뉴판에 된장 시래기국밥이 보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켰는데 어릴 적 할머니 끓여 주시던 맛이 났다. 국물 한 숟갈에 할머니 생각이 났다. 허기진 배가 채워지며 마음도 함께 채워졌다. 그 해 자주 그 식당에 갔었다.
아내는 오징어 콩나물국밥을, 나는 된장 시래기국밥을 시키며 "시래기 많이 넣어주세요"라고 특별 주문을 했다. 매번 그렇게 주문을 하니 나중엔 아주머니가 "시래기 많이요?"라고 물어보셨다. 그랬더니 갈 때마다 따로 주문하지 않아도 아주머니는 주방을 향해 외치셨다. "콩나물 하나! 된장 시래기 많이! 하나!"
수많은 가게들이 생겼다 사라지고 가게가 사라진 그 자리엔 또 다른 가게가 생기지만, 든든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랜만에 가도 정겨운 식당이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고속도로 ic 근처에 있어 일주일에 몇 번이나 지나치는 식당. 지금은 아무 생각 없이 무심하게 지나치기도 하지만 처음엔 된장 시래기국밥과 할머니가 생각이 났고 자주 가다 보니 아주머니의 안부도 궁금해졌다. 그래서 그런지 오랜만에 가면 왠지 반갑다.
"그간 잘 지내셨죠?"
"아, 예. 저기 앉으세요"
별것 아닌 안부인사로 시작되는 대화.
건강하게 보여서 괜찮아 보여서 고마웠다.
뜨끈뜨끈한 국밥 한 그릇에 배도 마음도 든든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