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안 조그만 수족관

고래를 죽였다.

by 김현부
칭찬을 고래를 춤추게 하지만
칭찬에 길들여진 고래는 광활한 바다를 그리워하다 잊고
자신의 목소리만 공허하게 울리는 수족관에서 생을 마감한다

고래가 물안개를 일으키며 허공으로 날아오른다. 관객들은 '와~'소리를 내며 열광한다. 박수를 친다. 조련사의 움직임에 맞추어 고래는 다시 허공으로 날아오른다. 나의 열광이, 나의 박수가 고래를 다시 뛰어오르게 한다.


그 고래는 죽었고 이제 다른 고래가 허공을 가른다.


바다에서 수십 년을 사는 고래는 수족관에서 수년을 채 살지 못하고 죽었다. 어떤 고래는 아파 죽었고 다른 고래는 우울해 죽었으며 내가 아는 고래는 익사했다. 숨을 쉬러 물 위로 올라오지 않았다.


칭찬, 의도를 교묘하게 숨긴 칭찬, 나의 뒤틀린 욕망이 녹아든 칭찬이 너를 죽인 게 아닐까? 물을 가르며 뛰어오르는 너를 좋아한 게 아니라 니가 물을 가르며 뛰어올라야 너를 좋아한 게 아닐까? 그래서 너는 물 위로 올라오지 않았던 걸까?


채찍과 쇠꼬챙이 흉터 자국이 가득한 채로 두 발로 서서 걷는 서커스 코끼리처럼 너도 그렇게 괴로웠던 걸까? 칭찬이 채찍이 되어 온 몸을 후려치고 기대가 쇠꼬챙이가 되어 너의 허파를 찌른 것을 나는 왜 몰랐을까? 내가 너를 사랑하기는 했던 걸까?


좋아요...

최고예요...


손바닥 안 조그만 수족관에 갇혀 있다.


'좋아요'가 등짝을 후려치고 '최고예요'가 허파를 후벼 찌른다. 내가 너를, 네가 나를...


손바닥 안 조그만 수족관엔 목소리가 공허하게 울린다.


나의 목소리인가?


너의 목소리인가?


뭐 이제 상관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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