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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부 Aug 13. 2021

손바닥 안 조그만 수족관

고래를 죽였다.

칭찬을 고래를 춤추게 하지만
칭찬에 길들여진 고래는 광활한 바다를 그리워하다 잊고
 자신의 목소리만 공허하게 울리는 수족관에서 생을 마감한다

고래가 물안개를 일으키며 허공으로 날아오른다. 관객들은 '와~'소리를 내며 열광한다. 박수를 친다. 조련사의 움직임에 맞추어 고래는 다시 허공으로 날아오른다. 나의 열광이, 나의 박수가 고래를 다시 뛰어오르게 한다.


그 고래는 죽었고 이제 다른 고래가 허공을 가른다.


바다에서 수십 년을 사는 고래는 수족관에서 수년을 채 살지 못하고 죽었다. 어떤 고래는 아파 죽었고 다른 고래는 우울해 죽었으며 내가 아는 고래는 익사했다. 숨을 쉬러 물 위로 올라오지 않았다.


칭찬, 의도를 교묘하게 숨긴 칭찬, 나의 뒤틀린 욕망이 녹아든 칭찬이 너를 죽인 게 아닐까? 물을 가르며 뛰어오르는 너를 좋아한 게 아니라 니가 물을 가르며 뛰어올라야 너를 좋아한 게 아닐까? 그래서 너는 물 위로 올라오지 않았던 걸까?


채찍과 쇠꼬챙이 흉터 자국이 가득한 채로 두 발로 서서 걷는 서커스 코끼리처럼 너도 그렇게 괴로웠던 걸까? 칭찬이 채찍이 되어 온 몸을 후려치고 기대가 쇠꼬챙이가 되어 너의 허파를 찌른 것을 나는 왜 몰랐을까? 내가 너를 사랑하기는 했던 걸까?


좋아요...

최고예요...


손바닥 안 조그만 수족관에 갇혀 있다.


'좋아요'가 등짝을 후려치고 '최고예요'가 허파를 후벼 찌른다. 내가 너를, 네가 나를...


손바닥 안 조그만 수족관엔 목소리가 공허하게 울린다. 


나의 목소리인가? 


너의 목소리인가?


뭐 이제 상관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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