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듯 친절한 맛이다
커피를 간다. 커피 향내가 난다.
너무 잘게 갈면 물이 잘 빠지지 않고
너무 굵게 갈면 커피 맛이 싱겁다.
대충 간 것처럼 커피를 간다.
적당히 커서 물이 잘 내려가게
적당히 작아서 물에 커피 향 베도록
'안녕하세요' 가볍게 인사하고 지나가듯
커피에 물을 붓는다. 커피 향내가 난다.
놀란 고양이 등 마냥 뜨거운 물에 커피가 동그랗게 부풀었다.
놀란 마음 추스르게 잠시 기다렸다 다시 물을 붓는다.
커피 향내 대강 머금은 물이 떨어진다.
떨어진 커피를 모아 잔에 담는다. 커피 향내가 난다.
한 모금 마셔본다.
커피 향내 머금은 쓴 커피가 입안에 퍼진다.
쓴 맛 뒤로 단내가 난다.
쓴 맛 뒤로 흙, 풀, 이름 모를 과일향이 난다.
무심히 흘러가는 시간처럼
쓴 맛 뒤로 단맛이 난다.
무심한 듯 친절한 맛이다.
가볍게 인사하듯 커피가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