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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부 Aug 17. 2021

커피를 내린다

무심한 듯 친절한 맛이다

커피를 간다. 커피 향내가 난다.


너무 잘게 갈면 물이 잘 빠지지 않고

너무 굵게 갈면 커피 맛이 싱겁다.

대충 간 것처럼 커피를 간다.


적당히 커서 물이 잘 내려가게

적당히 작아서 물에 커피 향 베도록

'안녕하세요' 가볍게 인사하고 지나가듯


커피에 물을 붓는다. 커피 향내가 난다.


놀란 고양이  마냥 뜨거운 물에 커피가 동그랗게 부풀었다.

놀란 마음 추스르게 잠시 기다렸다 다시 물을 붓는다.

커피 향내 대강 머금은 물이 떨어진다.


떨어진 커피를 모아 잔에 담는다. 커피 향내가 난다.

한 모금 마셔본다.

커피 향내 머금은 쓴 커피가 입안에 퍼진다.


쓴 맛 뒤로 단내가 난다.

쓴 맛 뒤로 흙, 풀, 이름 모를 과일향이 난다.


무심히 흘러가는 시간처럼

쓴 맛 뒤로 단맛이 난다.


무심한 듯 친절한 맛이다.


가볍게 인사하듯 커피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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