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부 Oct 24. 2021

어느 토요일 아침

토요일 아침, 살짝 늦게 일어났다.


아내는 오전 일찍 학교로 갔다.

잘 다녀오라는 인사만 하고 다시 잠이 들었다.


좀 더 누워있고 싶었지만 건조해진 날씨에 코 안이 건조하고 따가워 견디기가 힘들었고 

또 고양이들이 침대위 머리맡을 돌아다녀 이미 잠이 달아나 버렸다.


오랜 만에 아침 뉴스를 틀었다.

개에게 사과를 주는 어느 동네바보이야기 외에는 여전히 별다른 소식은 없다. 


무료함에 뒤척이고 있는데 작은 딸이 일어난 기척이 들렸다.

언릉 일어나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나왔다.


고양이들이 밥 주는 줄 알고 따라오며 정강이에 머리를 비볐다.

발걸음에 꼬리를 밟기도 해서 조심해서 걸었다.


고양이 밥그릇에 밥을 가득 채워주고 머리를 두세번 쓰다듬었다.

고양이는 ‘밥 먹을때는 건드리지 마시죠?’하는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괘씸한 놈!’ 속으로 생각하며 머리를 한번 더 쓰다듬었다.


작은 딸은 일어나 세수를 하고 이를 닦고 있었다.

부시시 잠이 덜 깬 눈으로 나를 보았다.

딸의 눈도 ‘건드리지 마시죠?’하는 눈빛이다.


머리를 한번 쓰다듬었다.

고양이 마냥 하악질을 했다.

직감적으로 안다.

이럴땐 밥을 줘야한다.


“아침, 샌드위치 먹을래?”

“어디서?”

“앙상떼?”

“좋아”


우리는 옷을 갈아입지도 않고 차를 타고 동네빵집으로 갔다.

빵집에서 예전에 듣던 노래가 흘러 나왔다.


“이거 진짜 오래된 노랜데? 여기서 나오네 ㅎㅎ”

“이게 오래된 노래야?”

“오래된 노래지, 진짜 오랜만에 듣는다”


이 대화를 듣고 있던 빵집아주머니가 우리들의 대화에 참여하셨다.


“슬의생에서 나왔어요”

“예? 아~ 그렇군요 ㅎㅎ”

“슬의생에서 옛날 노래를 다시 불러서 나오더라구요^^”

“어쩐지, 목소리가 원래 가수랑 다르네요”

“^^;”


“조정석이잖아. 목소리 들으면 몰라?”

작은딸이 황당한 듯, 답답한 듯 말했다.


“모르지, 목소리만 듣고 조정석인지 어떻게 아냐?”


먹물빵 샌드위치 하나, 소세지 페스트리 하나를 사서 집으로 왔다.


커피를 내리고 햇빛드는 거실 창가에 앉아 샌드위치를 나누어 먹고 있는데 흥미로운 눈빛으로 딸이 말을 시작했다.


“요즘 SNS에서 논쟁이 되는 대화가 있는데”

“뭔데?”

“결혼을 안 한 남자와 결혼을 한 친구와 대화인데”

“뭔데?”

“결혼 안한 남자가 결혼한 친구에게 물어. 결혼 생활이 어떤지.”

“그래서?”


약간은 비장한 눈빛으로 딸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결혼한 남자가 결혼 안한 친구에게 설명해. 

  ‘생각해 봐! 여자친구가 있어. 같이 놀아. 밥도 먹도 영화도 보고 같이 재미있게 놀아’

  듣고 있던 친구가 말해

  ‘좋은데, 완전 좋잖아’

  결혼한 남자가 한숨을 쉬고 계속 말해

  ‘알았어. 들어봐, 그런데 게임을 해야하는데 여자친구가 집에를 안가! 계속 안가! 결혼은 이런 거야’ 

이게 결혼 생활이라는 거야. ㅎㅎ”


“우리때도 이런 이야기 있었는데”

“그래?”


쓰잘것없는 이야기를 하는 동안 창가 햇살아래 고양이들은 여기로 저기로 뛰어다녔다.


베란다 조그만 풀밭에 떨어진 노란 감나무 이파리가 제법 많아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커피를 내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