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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부 Jul 30. 2021

제주도, 숙소가 많아도 너무 많다.

 딸과 떠난 일주일간의 제주 여행 03

제주도에 숙소는  이렇게 많은 것일까?

민박, '에어비앤비'로 이름을 바꾼 민박, 펜션, '빌라'로 이름을 바꾼 펜션, 모텔 같은 호텔, 호텔 같은 모텔... 많아도 너무 많다. 선택의 여지가 많아지면 오히려 선택이 힘들어진다.


딸은 자신이 '선택 장애'를 앓고 있다고 했다. 숙소들을 보고 있자니 딸의 '선택 장애'가 환경적 요인인지 아니면 유전적 요인인지 모연 해졌다. 숙소가 너무 많고 또 가격을 비교해 준다는 사이트도 많고, 그리고 사이트마다 읽어야 할 리뷰가 너~무 많다.


별로라는 리뷰는 어디에나 있다.

어떤 숙소든 '여기 별로예요!' '비추' '다시는 안 올 거예요'라는 리뷰는 어디에나 있다. 사람의 취향과 성향이 제각각이라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아무리 감안하고 읽어도 부정적인 리뷰는 임팩트가 크다. 좋다는 리뷰가 마치 부정적인 리뷰를 감추기 위해 포장한 듯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읽어보니 판단에 도움이 되는 부정적인 리뷰도 있는 반면에 의도가 분명하지 않은 악성 리뷰도 꽤 많이 보었다. 일하는 사람들의 신발끈 색깔과 묶은 방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할 것 같은 사람들이다.


리뷰에 울고 웃는 세상이 되었다. '댓글'이라는 리뷰에 생을 마감하는 사람도 있고 '좋아요'라는 단말마 같은 리뷰에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이 세상에서 '소신 있게 살아라'는 과연 가능한 것일까? 이번 여행에서 '소신 있는 선택'은 과연 가능한 것일까?


차라리 리뷰가 없으면 좋겠다.

리뷰가 없으면 순전히 감각과 운에 맡기며 선택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내가 한 선택을 좋든 싫든 나의 숙명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바가지를 씌워주는 숙박비를 지불하며 서귀포 최악의 숙소에서 자야한다 하더라도 나의 숙명을 저주하며 절규하는 수밖에... '사.장.님!!! 이.건. 정.말. 이.건. 아.니.잖.아.용!!!' 혹시 아는가? 노안이 온 행운의 여신이 사람을 잘못 찾아와 최고의 숙소를 가장 저렴하게 예약할지도...


하지만 현실은 리뷰다.
누군가의 리뷰를 읽으며 진실을 파헤칠 수밖에...
리뷰에 리뷰를 남긴 사람의 전화번호가 있으면 좋겠다.
'진짜 그러냐?' '왜 그렇게 적었냐?' 물어나 보게 말이다.

시간은 지나가고 웹브라이저의 탭이 하나에서 두 개로, 두 개에서 4개로, 4개에서 8개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답답한 나에게 화가 난 컴퓨터가 팬을 돌리며 열을 식히고 있다. 컴퓨터 눈치가 보인다. 마음이 급해졌다. 마음이 급해지면 실수를 한다. 몹쓸 아이디어는 그때 떠 오른다.


'서귀포 말고... 음... 다른 곳으로?'

애월, 함덕, 제주시, 중문... 을 돌아보며 웹브라우저의 탭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아졌다. 딸도 컴퓨터도 나도 언제 정신줄을 놓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태가 되었다. 위험하다. 아마존 정글과 같이 풍성했던 나의 인내심은 사하라 사막이 된지 이미 오래다. 대환장파티다.


해결점은 이런 극한의 상황에서 생긴다. '자포자기' 거의 포기할 때쯤 친구가 생각났다. 얼마 전 제주도에서 한 달간 지내다 온 친구다. 폭풍이 지나간 바다에 잔잔한 물결처럼 평온함이 밀려왔다. 컴퓨터를 닫았다.


'내일 친구에게 물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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