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고 볼품없고 얄팍한 남자
결국 손이 문제다.
만년필, 샤프, 연필, 볼펜....
몇번이나 바꾸어 보았지만 나의 손글씨는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마주하듯
우중충하고 피곤하며 고집스러운 내 얼굴을 보듯
내 손글씨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부정하고 싶어 받아 들이지 않는지도 모른다.
컴퓨터 키보드를 누르면 이쁘게 써지는 이 글씨가 내 손글씨이면 좋겠다.
클릭한번이면 필체가 완벽하게 바뀌는 이 글씨가...
어제 친구가 이야기했다.
'생각으로 있는 내가 내 모습이 아니라
행동하는 내가 진짜 내 모습이라고'
미련스럽게도 난 내 자신을 똑바로 보지 못한다.
뽀샵된 증명사진이 내 모습이기를 간절히 바라듯
참 달콤한 유혹이다.
이가 썩어가듯 내 자아가 썩어 간다.
그래서 적는다.
잔인하게 사실적인 내 손글씨를 보고
좌절스러운 내 자아를 거울을 통해 마주한다.
외면하지 말고 눈 감지말고
두 눈 똑바로 뜨고 나를 본다.
면도날의 예리한 통증이 느껴지지만
받아들인다.
이 모습이 니 모습이다.
벌거 벗은 몸으로 거울 앞에 선다
나이들고 볼품없는 그리고 얄팍한 남자가 서 있다.
한참을 보았다.
그리고 씁쓸한 헛웃음을 전했다.
그리고 결국 내가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