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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부 Feb 01. 2019

뮤지션을 위한 홈레코딩 핸드북: 믹싱편 01 (개념)

믹싱의 개념 이해하기

믹스에 앞서


믹싱 작업은 이미 녹음된 여러 악기의 소리를 조화롭게 잘 섞어 음악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이다.


오디오 편집이나 믹싱 작업을 통해서 음악적 실수나 피치, 박자등을 상당히 보완할 수 있지만 해도 안되는 것도 있다. 녹음, 원판이 좋아야 한다. 가능한 한 좋은 음악을 만들고, 가능한 한 좋은 연주를 하고, 가능한 한 좋은 음질로 녹음해야 한다. '믹싱때 어떻게 되겠지'하고 미루었다가 전혀 사용하지 못하는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그러니 좋은 연주를 하고 녹음을 잘해야 한다.


믹싱의 개념


믹스는 녹음된 여러 악기의 소리를 다양한 도구(EQ, Compressor, Reverb,등등)를 사용해 청취자들이 감상할 수 있는 음원으로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다. 여러 악기들이 녹음된 Multi-tracks 멀티트랙을 스테레오 파일로 만드는 작업이다.


멀티 트랙 Multi-tracks -> 스테레오 트랙  Stereo track


왜 믹스는 어려운 것일까?


화가가 그림을 그리기 위해 꼭 배워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타고난 재능을 가진 화가는 연필만 가지고도 아주 훌륭한 예술작품을 만들 수 있다. 화가들이 연필로 스케치한 그림만 보아도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리는 것을 꼭 배워야 할 필요는 없지만 자신이 사용하는 도구를 알아야 하고 어떻해야지 제대로 사용하는 것인지 알 필요는 있을 것이다. 


Steadtler사의 Mars Lumograph 연필 종류


일반인들에게 연필은 다 같은 연필로 보이겠지만 화가들에게 다른 연필일 것이다. 무수하게 많은 종류가 있으며 목적에 맞게 사용해야 하는 선택적 도구이다. 종류도 많고 연필을 만드는 제조사에 따라 사용질감과 느낌이 다르니 전문가가 되면 될 수록 각 연필이 어떠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선을 그리기 위해서는 어떤 연필이 좋은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연필 하나만 봐도 이렇게 종류가 많은데 물감, 붓, 캔바스, 등등.... 그림을 잘 모르는 나에게는 화방에서 발견하는 미술도구들은 알 수 없는 세계이다. 하지만 연필 한자루만 가지고도 화가는 아름다운 예술을 완성한다. 도구는 중요하지만 화가보다 중요하지는 않다. 도구가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특정한 프로그램이 있으면 믹싱이 편해질 것 같고 실제로 편해지는 것은 맞지만 특정한 프로그램이 믹스를 해 주지는 않는다. 소리는 귀를 통해서 듣고 어떤 작업을 할지는 믹싱하는 사람이 판단해야한다. 물론 한 종류의 플러그인만 사용해서 멋진 믹스를 완성할수도 있지만 믹스에 사용하는 도구들과 그 특징을 알면 믹스에서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다.


음악 믹싱 작업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대부분 처음 시작하는 혹은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들리는 소리의 차이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을 한다. 개발되지 않은 감각으로 소리를 구분하자니 당연 어렵다. 소리에 대한 감각을 깨우는 것이 믹싱의 출발이다. 소리에 대한 감각이 민감하면 할수록 녹음도 잘 하게 되고 믹스도 잘하게 된다.


그냥 듣는 것이 아니라 의지를 가지고 들어야 하며 소리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에서 들어야 한다. 그래프로 보여주는 플러그인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듣기보다는 보는것에 의존하는 경향이 만들어졌다. 우리는 시각적인 부분에 어쩔수 없이 먼저 반응하지만 보는 것은 보조적인 것이다. 없어도 되는 것으로 조금 불편할 뿐 믹싱을 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들어야 한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시각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청각보다 시각이 더 민감하다 생각하여 청각적인 요소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청각은 시각만큼 민감하다. 작은 소리의 차이에도 반응하며, 아주 미세한 음색의 차이도 감지한다. 아직 우리는 청각을 깨우지 않았을 뿐이다.


감히 말하건데 타고 나게 믹스를 잘하는 사람은 없다. 

어떤 사람이 천재적으로 이큐를 사용하고 컴프레서를 사용한다는 말을 들어본적이 있는가? 난 아직 없다. 믹스를 잘하는 사람들은 나보다 먼저 믹스를 시작했고, 노력했으며, 고민하고 좌절한 경험이 많은 사람일 뿐이다.


좋은 믹스는 무엇인가? 


여러 해답들이 있을것이다. 멋진 사운드, 풍성한 음색, 화려한 보컬 등등... 맞는 말이다. 하지만 좋은 믹스의 공통적인 부분은 음악을 살아나게 한다.


좋은 믹스는 음악이 들리게 한다. 

믹스를 했는지 뭘했는지 모르겠지만 음악만 들릴뿐이다. 마치 처음부터, 녹음할 때 부터 그렇게 녹음된 듯하다.


나쁜 믹스는 음악감상을 방해한다. 

보컬 소리가 너무 작다거나 혹 너무 크다거나, 베이스가 너무 붕붕거린다거나, 피아노소리가 선명하지 않다거나, 등등.. 음악을 감상하는데 방해하는 요소가 있다면 분명 믹스의 문제일 가능성이 많다. 어쩌면 좋은 믹스는 음악감상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는 것으로 출발한다 말해도 좋을 것이다.


좋은 믹스는 음악을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자연스럽게 음악을 감상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음악의 울림을 극대화시켜준다. 마치 공연장에 있는듯 착각을 일으키게 하기도 하고, 바로 옆에서 나에게만 속삭이듯 들리게도 하며, 뮤지션의 감정이 그대로 나에게 전달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좋은 믹스를 하기를 원한다면,

당신에게 이런 느낌을 주는 곡들을 선택해 귀를 기울여 자세히 듣기 시작해야 한다. 


보컬의 음색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악기의 울림을 들어야 하며, 

악기와 악기의 밸런스를 들어야 한다. 


좋아하는 곡을 반복해서 들으며 소리를 듣는 감각을 깨워야 한다.


좋은 귀를 만들자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5cm는 대략 어느정도의 크기인지 표시하여 보자.

자신의 엄지와 검지로 5cm의 길이를 표시했다면, 

우리는 어떻게 그 정도의 크기가 대략 5cm인지 알고 있을까? 


초등학교때 이것으로 맞기도 하고 친구를 때리기도 하였으며 아주 가끔은 기특하게 공부에 이용하기도 했다. 바로 자에 있는 눈금의 수치를 우리는 대략적으로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눈은 수치를 기억하고 있지만 우리의 귀는 어떤가?


지금 듣는 음악에서 베이스기타와 피아노의 소리 크기의 차이는 얼마나 되는가?

보컬의 소리는 피아노 소리에 비해 얼마나 큰가?

보컬의 목소리는 기타 목소리에 비해 얼마나 더 밝은 것일까?


문제는 우리의 귀에는 자의 눈금과 같은 절대적인 수치가 아직 존재하지를 않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하였지만 그 누구도 태어나면서 소리를 절대적인 수치로 듣지 않는다. 

그러기 때문에 믹싱에 타고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소리의 크기를 나름 절대적 수치로 나타낸 것이 dB 데시벨이라는 단위이고 소리의 높고 낮음을 절대적인 수치로 나타낸것이 Hz 헤르츠이다.


5cm하면 떠오르는 길이가 있다. 

그렇다면 다음의 질문은? 


400Hz하면 떠오르는 소리나 소리에 대한 느낌이 있는가?

6dB 키웠을 때 소리가 얼마나 커지는지 느껴지는가?


400Hz나 6dB의 차이가 전혀 상상이 되지 않고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숫자일 뿐이라면 당신은 지극히 정상이다. 


상대적으로 인지하는 소리를 수치와 연결하면 믹싱이 편해진다.


Hz 헤르츠

소리의 높낮이를 나타내는 단위이다. 음색와 Hz의 수치와 연결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원하는 음색을 만들기 위해서 Equalizer 이퀄라이저를 사용하는데 이퀄라이저에서 사용하는 수치가 바로 Hz 헤르츠이다.


dB 데시벨

소리의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이다. 소리의 크기가 달라지면 음색도 다르게 들려, 소리크기가 음색과 무관하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페이더 fader, 컴프레셔 compressor 등과 같은 다양한 플러그인에서 사용되는 단위이다.


더 멀리 가기전에 먼저 음악을 듣는 훈련을 해 보자


* iTunes같은 음악 감상용 프로그램을 이용하지말고 DAW에 음악파일을 불러와서 사용하자.*


1. 좋아하는 곡을 고른다. (이왕이면 드럼이 있으면 좋다. 그리고 노래는 꼭 있어야 한다. 장르는 상관없음)


2. 아무생각없이 그 곡을 듣는다. (10번정도는 충분히 들을 수 있다고 생각되는가? 그럼 3번으로 진행)


3. 곡을 섹션별로 구분한다. (예를 들어 -> 인트로/ 1절 / 후렴전구절 pre-chorus / 후렴 chorus / 간주 interlude 등등으로 / 믹스를 자세히 들어보면 각 섹션의 악기 밸런스와 패닝 그리고 음색이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4. 각각의 섹션에 나오는 악기를 섹션별로 적는다. 

    (예: John Mayer의 Daughter, 인트로에 멜로디 기타, 리듬 기타, 쉐이크가 나온다.)


5. 악기를 소리크기별로 6단계로 순번을 정한다. (1이 가장 큰소리, 6이 가장 작은 소리이다.)

    (1): 멜로디 기타

    (2): 리듬 기타

    (3): 쉐이크

     ->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어보면 리듬기타과 쉐이크의 소리크기의 차이보다 멜로디 기타와 리듬기타의 소리의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순번을

    (1): 멜로디 기타

    (2): _________ (소리크기가 많이 차이가 나서 일부러 비워둠)

    (3): 리듬기타

    (4): 쉐이크

    로 표기해도 좋다. 그리고 혹 다른 이펙트(리버브나 딜레이)가 들린다면 그 소리 역시 표시한다.


6. 각 악기가 어디에서 소리가 나는지를 표시한다.

    왼쪽은 L, 가운데는 C, 오른쪽은 R로 표기한다.

    조금 더 자세히 나눈다면

    왼쪽 L, 왼쪽과 가운데 사이 LC, 가운데 C, 가운데와 오른쪽 사이 RC, 오른쪽 R로 표기한다.

    (믹싱에서 악기를 위치는 소리의 분리와 스테레오 이미지를 넓게 사용하는 요소중의 하나이며 믹싱의 구성     악기가 많아질수록 패닝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곡을 각 섹션으로 나누고 나눈 섹션별로 4번, 5번, 6번을 진행하다보면, 이전에 들리지 않던 것이 들린다,

다양한 밸런스와 음색의 변화, 다른 말로 하면 '믹스'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주의사항


기록하면서 하자.

기록은 자신이 판단하는 부분을 오래 기억할 뿐 아니라, 청각을 활성화시키는데 더 효과적이다. 그리고 자신이 판단한 것을 객관적으로 보게 한다. 소리를 표현하는 것은 추상적이지만 소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수치 Hz, dB를 사용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하루에 한 섹션씩 하도록 하자.

예를 들어 첫날엔 인트로, 둘째날엔 1절, 세째날엔 간주...이렇게 말이다. 

하루에 다하려고 하면 지쳐서 그 다음날 하기 싫어진다. 무리하게 시도하다가 다시는 그 노래를 듣고 싶지 않는 경우를 종종보았다.


좌절금지.


다시 말하지만, 소리를 잘 듣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거짓말 같지만 꾸준히 하면 들린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잘 들린다. 음향을 공부하던 학생시절, 믹스할 자신이 없어 지도교수님께 믹스를 의뢰한 적이 있었다. 믹스중간 쉬는 시간, 차를 마시다 말고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지금이 옛날보다 믹스가 더 잘 되는것 같아, 이퀄라이저도 좀 더 잘 쓰는것 같고 ㅎㅎ" 좌절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 말이 이해가 된다. 믹스를 하면 할 수록, 소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러니 서투른 자신을 용서라고 받아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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