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오느 길은 언제나 돌아와야하니 시간도 많고 볼것도 많습니다
수원에서 KTX를 타고 대구에 가면 2시간 정도 걸립니다.
물론 돌아올때도 2시간 정도 걸립니다.
그러나 올 때가 갈때 보다 더 걸리는 것 같습니다.
지쳐서 그런것 같습니다.
바로 와야 하는데 돌아와서 그런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집으로 오는길은 언제나 돌아와야합니다.
대구에 가던 날이면 일찍 일어났습니다.
출근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출발하기 때문에 지하철도 기차역도 한산합니다.
급하게 뛰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한적하고 여유로운 기차역은 어색하지만 기분 좋습니다.
베이글샌드위치와 커피 한잔을 들고 기차를 기다립니다.
여름이 바로 코 앞에 있지만 아침 공기는 시원하고 아직 선선합니다.
매주 하루, 대구로 갔습니다.
일하러 간다 생각하니 슬픈 생각이 들어 언제부터인가 여행이라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매주 여행을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생각하면 감사하기도 합니다.
집에서 대구에 있는 학교까지 총 3시간이 걸립니다.
하루에 6시간을 길위에서 보내고 그 중 4시간은 기차길위에서 보냅니다.
기차에 올라 자리에 앉으면 모든게 적당합니다.
객차의 기분좋은 떨림도, 덜컹거리는 소음도, 빠르게 바뀌는 풍경도 좋습니다.
객차의 떨림은 책 읽는 것도, 글 적는 것도 방해하지 않습니다.
덤으로 적당히 덜컹거리는 기차소음은 집중하기에 딱 좋습니다.
지루해지면 지루할 틈 없이 바뀌는 바깥풍경을 보며 멍을 때립니다.
아침의 선선한 공기를 쐬다 기차 안으로 들어오면 포근합니다.
베이글 한입, 커피 한 모금을 먹다보면 몸이 나른해집니다.
덜컹거리는 객차에 몸을 기대면 청하지도 않은 잠이 옵니다.
참 기분좋은 느낌입니다.
이럴땐 못 이기는 척 눈을 감고 있으면 됩니다.
잠이란 놈은 길 고양이 같아서 경계심도 많고 수줍음도 많습니다.
오라 기다리면 오지 않고 별 생각없이 있으면 인사할 겨를도 없이 왔다 손 내밀면 가 버립니다.
그렇게 두시간정도 길 고양이와 놀다보면 대구에 도착합니다.
나른한 몸을 이끌고 학교에 갑니다.
대구에 오기 시작한지도 3년이 지나갑니다.
낮설기만 했던 풍경과 사람들이 '일상'이라 불러도 될 만큼 익숙해졌습니다.
오늘은 이번 학기의 마지막 대구 여행이었습니다.
그동안 만났던 친구들과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객차에 피곤한 몸을 맡기고 창밖을 봅니다.
매 학기를 정리할 때 마다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 더 길게 느껴지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정리를 합니다.
수업일지, 출석표, 레슨일지 등등을 정리합니다.
대부분은 잘 생각나지만 기억나지 않는 몇주는 항상 있습니다.
뭘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지만 도통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그냥 지나친 몇주라 생각하니 아쉽고 미안합니다.
그때 그때 잘 정리했으면 생각이 날지도 모르지만 이미 지나갔으니 어쩔수 없습니다.
지나가면 어쩔수 없습니다.
나는 언제나 어디를 그리고 누군가를 지나갑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쉬움은 있지만 후회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한번 지나가면 어쩔수 없으니 주위를 돌아보며 가야할 것 같습니다.
집으로 오는 길은 언제나 돌아와야하니 시간도 많고 볼것도 많습니다.
급할 것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