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은아작가 Jan 30. 2021

밥상 위의 그린북

조미료엄마의 맛있는 영화 스토리텔링, <그린북>

조미료엄마와 함께 읽는 영화 스토리텔링,<그린북>

‘삶을 변화시키는 인생가이드’, 피터 패럴리 감독의 영화<그린북>포스터 내용이다.

또 다른 내용에 ‘두 남자 두 개의 세상 기대하지 않았던 특별한 우정’도 담겨 있다.

내가 영화를 선택할 때 고려 사항은 포스터의 색깔이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색깔은 감독의 생각과 느낌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다. 시원한 아쿠아블루색 자동차, 두 개의 다른 시선이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따뜻함’과 ‘차가움’의 중간색, 아쿠아블루는 서로 다른 성격의 주인공들이 조화롭게 관계 맺는 방식을 잘 드러내주는 소통의 색깔이었다.

영화,<그린북>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1962년 미국 뉴욕, 허풍쟁이 토니 발레롱가(비고 모텐슨) 클럽의 고객관리자로서 일하고 있다. 폭력이 지배하는 클럽 세계에서 문제 해결 능력자로 인정받고 있다. 반면 우아한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박사는 폭력적인 힘의 과시를 싫어하는 자기 절제, 품위 유지를 최고의 행동 가치로 생각한다. 그 둘의 성격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런데 미국의 남부 콘서트를 위해 박사는 운전수로 토니를 선택한다. 2주 간 남부투어 콘서트. 그런데 녹록한 여행이 아니다. 그 당시 미국 남부는 노예해방이 되었어도 여전히 흑인 차별이 극심한 지역이다. 성공한 흑인에게도 차별과 멸시, 온갖 위험이 난무하는 지역이다. 그래서 문제 해결자, 강하고 책임감 강한 토니가 운전수로 고용된 이유다. 일정을 순조롭게 관리할 사람이 필요하다. 

셜리 박사와 운전수 토니, 그들은 일터의 환경뿐 아니라 주변 환경도 너무 다르다.

 

토니 발레롱가의 가정환경은? 이탈리아계 이민자로 화목하고 따뜻한 가족 분위기다. 대가족의 가장으로 아들, 아빠, 남편의 역할을 성실하게 해낸다. 가족의 안전을 지키고 책임감이 강해 가족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한다. 영화 초반 그의 가족은 흑인을 깜둥이로 부르며 편견 가득한 태도를 보인다. 그런 그가 자존심이 상하는 일, 흑인을 보스로 모시는 운전수 일도 가족의 생계에 도움이 된다면 마다하지 않는다. 밖에서 강한 그는 집안에선 때론 강하고 때론 부드럽다. 말 잘 듣는 아기다. 특히 아내, 돌로레스(린다 카델리니)의 말을 잘 듣는다.

 

셜리 박사의 주변 환경은? 성공한 흑인으로 화려한 무대에서 부유한 백인들에 둘러싸여 있다. 반면 현실에선 차갑고 외롭다. 화려한 성에 갇혀 고독하게 지낸다. 가족조차 없다. 유일한 동생과는 거의 연락조차 하지 않는다. 흑인 사회에서도 어울리지 못하는 겉도는 존재다. 흑인임에도 그들의 문화와 예술과는 거리를 두고 산다. 자기정체성을 잃고 산다. 낯선 사람들과 유대관계를 맺는 데 몹시 서툴다. 그런 성격의 영향으로 남부투어 콘서트 숙소에서 늘 혼자서 지낸다. 위스키 한 병이 박사의 유일한 친구다.

‘두 남자의 두 개의 세상’ 딱 맞는 문구다. 그런데 왜 영화 제목이 그린북일까?


그린 북(Green Book)은 흑인 운전자를 위한 가이드북이다. 남부에서 유색인들, 흑인이면서 여행을 할 때 묵을 수 있는 곳을 안내해주는 책이다. 아래는 그들의 투어 콘서트 여정지다.

 

뉴욕 브롱스-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 오하이오주- 인디애나주, 하노버- 아이오와주, 시더 래피즈- 캔터키주, 루이빌-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 조지아주, 메이컨- 테네시주, 멤피스- 아칸소주, 리틀록- 루이지야나주, 배턴루지- 미시시피주, 투펠로- 미시시피주, 잭슨- 앨라배마주, 버밍햄- 뉴욕 브롱스


 “평화로운 휴가를 위해” 만들어진 안내서지만 결코 여행은 평화롭지 못하다. 이 책은 그들의 불편한 현실과 이상의 벽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힘들고 어려운 인생 여정 속에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미국 남부의 풍경, 변해가는 그들의 관계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 속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콘서트 일행 중 첼리스트가 토니에게 한 말이다. 마지막 콘서트 일정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첼리스트는 토니에게 그동안 서로의 앙금을 털어내자며 축배를 제안한다. 그리고 지난 번 토니가 궁금해 하던 질문에 답변을 해준다.

“셜리 박사가 이걸(위험한 남부투어 콘서트) 왜 하냐고 물었죠? 왜냐면 천재성만으론 부족하거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용기가 필요해요.

북부에서만 공연하면 대접도 받고 돈도 훨씬 더 많이 벌겠지만 위험한 남부투어 콘서트를 제안한 이유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미국에 가본 적 없는 나조차도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그리고 박사의 용기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박사의 음악은 소통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은 음악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그것으로 부족하다. 사람들의 성격이 서로 다를 때 효과적인 인간관계를 만드는 4단계, 의사소통= 이해= 존중= 신뢰 위에 용기가 필요함을 배운다(책,『(사람을 움직이는 힘) 피드백 이야기, 리처드 윌리엄스 지음).

영화 속에서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해준다. 단순한 토니가 여행 중 아내에게 쓴 편지다. 처음엔 여행 기록으로 시작해서 셜리 박사의 감성적인 글쓰기 도움을 받아 점차 세계의 문장가 셰익스피어(?) 수준으로 변모해 간다. 편지로 가족애가 깊어지는 것을 보는 것도 즐겁다. 

그래 그렇다면 글쓰기를 빗대어 나의 그린북인 인생가이드북, 『조미료엄마』 를 통해 우리 가족의 소통 이야기를 소개한다.


밥상 위에 오드리블룸북

2018년 봄, 서울자유시민대학 K대학교 인문학연구원에서 주최하는 ‘보통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 강좌’에 참석한 이후 내 삶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당신 요즘 대체 뭘 하는 거야?”

지난번 남편이 화를 내며 내게 던진 말이었다. 마치 마감에 쫓기는 베스트셀러 작가처럼 밤마다 방에 틀어박혀 노트북과 씨름하는 나를 보고 결국 남편의 인내심이 폭발했다. 내가 생각해 봐도 당연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남편의 절대적 도움이었다. 그것은 바로 남편이 밥상을 나대신 차리는 일이었다. 또한 내가 책을 완성하는 동안 집안일을 소홀히 해도 이해해 달라고 남편에게 부탁했다. 남편은 못이기는 척하며 내 부탁을 들어주었다. 이제는 당당하게 밥상 위에 노트북을 차렸다.

“오드리, 환영합니다!”

노트북을 열 때마다 오드리블룸북(Audlee bloom notebook)은 항상 내게 반갑게 환영 인사를 건넸다(오드리블룸북은 ‘오드리의 꿈꽃을 피우는 노트북’이라는 의미로 내가 지은 노트북의 애칭이다). 어떤 경우에 내가 쓴 글을 남편에게 읽어 주기도 했다. 남편도 은근히 즐기는 눈치였다. 그 이유는 나의 인생 스토리는 곧 잊힐 뻔했던 가족의 히스토리기 때문이었다. ‘가족’과 ‘나’를 따로 떼놓고 생각할 수 있을까? 내 작은 역사가 곧 우리 가족의 역사였다. 이는 찌꺼기 가족의 한 사람인 찌꺼기 남편으로서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남편은 내게 시니컬하게 한 마디 툭 던졌다.

“이왕 쓸 거면 제대로 써! 망신하지 않게!”

인생에세이, 『조미료엄마』 261~262쪽 내용으로 두 사람두 개의 세상 이야기다.


디제잉 오드리의 추천하는 인생노래 휘트니 휴스턴의Greatest Love Of All♫〉

영화 속에서 모든 것을 주먹으로 해결하는 토니에게 셜리 박사의 따끔한 충고를 해주죠.

“폭력으로는 못 이겨요. 토니! 품위를 유지할 때만 이기지. 품위가 늘 승리하는 거요.”  

‘설혹 그 무엇을 내게서 가져간다 해도 나의 품위는 빼앗아 갈 수 없어요. 왜냐하면 나에게는 고귀한 사랑이 있기 때문이지요♬’ 흑인 여가수, 휘트니 휴스턴이 힘 있고 화려한 색감의 창법으로 부르는 〈위대한 사랑〉 가사죠. 가끔 자신감이 뚝 떨어질 때 인생 가이드가 필요할 때 듣는 내 안의 용기를 주는 노래예요.

어때요? 여기, 따뜻한 아메리카 한 잔과 함께 용기 한 곡〈위대한 사랑〉지금 한 번 들어보실래요? 

작가의 이전글 결혼한 여자가 나홀로 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