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래돌 프로젝트」 돌 놓는 이야기꾼 - 15
다른 일정을 마친 후,
밤에 돌을 놓으러 문래동을 찾았다.
9시가 넘은 시간에 돌을 놓는 건 처음이었다.
한 가지 더.
동행이 있는 것도 처음이었다.
돌을 놓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따라나섰지만,
사실 늦은 시간 어두운 문래동 골목으로 향하는 나에 대한 배려임을 모르지 않는다.
벗이 있다는 건 참으로 따스한 일이다.
문래에게 우리가 놓는 돌들도 벗으로 자리하기를…….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개의 그림자가 보인다.)
누군가가 찍어준 첫 번째 사진이다.
함께 돌을 놓는 여정에 올랐으니, ‘돌벗’이라 함은 어떨지?
타인의 시선에 닿은 돌들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거리에서 뜻밖의 물건과 마주했다.
전봇대에 천연덕스럽게 가방이 매달려 있었다.
불면증으로 잠 못 이루는 누군가가 밤이 조용하고 깊은 문래동에 찾아와 가방이 된 모양이다.
가방의 크기나 부피로 보아 학생이 아닐까.
예전에는 아버지들의 변신*이 발표되곤 했었는데, 요즘엔 학생들도 변신을 시도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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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박민규,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카스테라』, 문학동네, 2005.
황정은, 「모자」,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 열차』, 문학동네, 2014.
또 하나 특별한 만남이 있었는데..
길 한복판에 대(大) 자로 누워있는 냉장고였다.
이 물건을 보자마자
주인 없는 온갖 물건을 수집하는 (같이 <산으로 간 배> 프로그램을 하는) Q의 프로젝트가 떠올랐다.
내가 도봉순이라면 이 수집품을 Q에게 전달할 수 있으련만..
몹시나 아쉬운 마음을 사진으로나마 남겨본다.
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