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은 사업공고가 올라오길 기다리고, 다시 일주일은 온라인 신청서가 열리길 기다렸다. 정부예산 축소로 사업이 백지화된 건 아닌지, 신청서를 잘 채워 무사히 응모할 수 있을지 조마조마한 나날이었다. 정확히 2주 후인 2월 17일, 드디어 웹사이트에서 신청서 작성이 가능해졌다.
앞서 고민했던 제목과 주제, 콘셉트를 떠올리며, 초고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쓴 내용을 버무리고, 유치뽕짝으로 써본 작가소개에 살을 덧붙여 빈 칸을 채워나갔다.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며 300자를 맞춤하게 써넣는 재미가 있었는데, 이번에도 200자 800자에 맞춰 쓰다보니 나는 참으로 별스러운 구석에 소질이 있다는 걸 다시한번 느꼈다.
기타
주변에 글 쓰고 싶은 욕망을 감추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일기나 가계부를 쓰면서도 정체성을 공고히 할 수 있고, 모닝 페이지에 감정을 쏟아낸 후에는 꿈을 끄적이게 마련이다. 전UP주부들이 각자의 빛나는 인생에서 고민한 깊이만큼 축적된 무궁무진한 글감을 발견하고, 써나갈 용기를 얻길 바란다. 분투한 시간 안에 글감이 있고, 분투한 시간 끝에 문장이 온다.
기타에는 무얼 써야할지 몰라서 잠시 망설이다가, 편지글의 추신을 떠올리고 최후의 변론조로 써봤다. 나중에 항목마다 달린 ? 를 클릭해보지 않았다면 좀 난감해질 뻔했다.
동문서답같은 말들을 싸악 지우고, 원고를 쓰는 동안 그때그때 글감과 상념을 적어둔 카톡(나와의 대화)창을 이용해보고자 떠올린 아이디어를 풀었다. '해당 사항 없음'을 '해당 사항 있음'으로 애매하게 만들어낸 격인데, 덕분에 이렇게 새로운 글을 쓰고 있으니 빈 칸으로 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어떻게 고쳤는지는, 에필로그에서...
10년 넘게 갈고닦은 전UP주부관을 별거 없는 일상에 별일처럼 녹여내고, 진짜로 하고 싶은 것을 만나기까지 육아 대신 육꿈하는 이야기를 10주 만에 갈아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