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의 강박 덕분에 한 가지 몸에 익히게 된 건, 바로 수동태 문장을 능동태로 바꿔서 쓰는 것이었다. '~되어, ~되고, ~됐다.' 대신 '~해서, ~하고, ~했다.'로 수정하는 과정은 모든 행위의 주체가 '나'임을 자각하는 과정과 꼭 닮아있었다. 삶의 주도권을 잡고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원한다면, 습관이 되어버린 수동 표현을 버리는 것부터가 시작이라고 감히 주장할 정도로, 신명 나는 발견이 아닐 수 없다.
다른 한 가지는 괴로운 발견이다.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은 장 하나를 통으로 들어내야함을 받아들여야 했다.'중간 퇴고'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다시 대혼돈이 예상됐다.전체 목차를 뒤흔들고 각 장의 제목을 갈래에 맞게 다시 생각해야 하는 대공사였다.
들어낸 장에서 살려둘 글의 위치를 조정하기 위해 'OO일지'라고 통일했던 제목을 버려야 했고 스킬UP, 빌드UP, 레벨UP 등 겉멋을 잔뜩 부린 가벽 역시 걷어내야 했다. 은유적이고 복잡한 '욕심'을 버리고 직관적이고 심플한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당시엔 획기적인 아이디어였지만 지금은 아닌 것을 버려가면서 구성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궁리하는 만큼 발전하는 영역임을 체감하고 나니, 끊임없이 고민하고 주저 없이 변주해 보는 게 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원고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괴로운 발견을 두어번 치르고 나니, 결과적으로는 내성이 생기고 내공이 쌓였다. 괴롭지 않도록 처음부터 잘 짜자! 라는 터무니없는 바람이 아닌, 괴로운 발견을 앞으로도 놓치지 말자! 라는 바람직한 결심이 선다.
초고를 완성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 퇴고는 '시작부터, 중간에도, 아직까지' 쭈욱 진행중이다. 퇴고라는 게 과연 끝이 있을까 의문을 갖다가, '아! 이게 끝이구나'싶었던 찰나에 적은 메모다.
어디에든 글을 부려놓으면 계속 보고 또 보는 집요함이 있다. 온라인 카페에 소소한 후기를 써놓고도 띄어쓰기며 문단 나누기며 하다못해 문장부호까지 신경을 쓴다. 퇴고라는 게 정말 끝이 있을까 회의를 품다가, 겨우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