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글감_첫 기억
적당히 정돈되고 충분히 고요한 집을 나서 굳이 카페로 왔다. ‘쓰는 의지’가 상당했을 때는 필요 없었던 ‘쓰는 의식’을 찾아서. 몇 년째 선물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커피 쿠폰을 써먹어야 한다는 명목을 앞세워.
자주 지나쳤어도 들어온 건 처음이다. 2층까지 자리가 넉넉해서 오래 머물러도 눈치가 안 보일 것 같다. 뷰는 없어도 햇살이 흠뻑 들어오는 창가 자리는 이미 누군가 차지했다. 벽과 나란하게 붙은 안락한 자리도 마찬가지. 낮거나 좁은 테이블을 제외하니 선택지가 별로 없다. 쭈뼛쭈뼛 엉거주춤 자리 잡은 곳은 왼쪽으로는 올라오는 계단과 인접하고, 뒤쪽으로는 화장실로 가는 통로로 이어졌다. '다음에 오면 ‘저기’에 앉아야지.' 눈으로 반대편을 찍으며 엉덩이를 붙였다.
30분 넘게 머문 결과 깨달은 한 가지. 눈치 주는 사람은 없는데, 나혼자 눈치를 자꾸 보고 있다. 카페에서 노트북을 펼친 게 너무 오랜만인가? 어색하기만 한 이 행위에 적응 중이다. 물수건을 든 직원이 계단을 올라올 때마다, 화장실 가는 사람이 등 뒤를 지나갈 때마다, 맞은편 테이블에 앉은 여자가 갑자기 푹- 한숨을 뱉어낼 때마다, 두드리는 자판 소리가 지나치게 크게 의식될수록 온 신경이 흩어진다. 별 의미 없이 오른쪽으로 내달린 커서를 제자리로 데려오는 행위, 즉 부질없이 쓰고 여지없이 지우기를 반복하고 있다.
조금 더 버텨본 결과 깨달은 또 한 가지. 이 카페엔 특장점이 있다. 눈에 들어오는 너덧 명 모두,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다는 거다. 상대방과 대화하거나 누군가와 통화하는 말소리가 없는 카페. 서울 소재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이럴 일이야? 황송하다. 이런 곳이 집 주변에 존재했다니. 부디 사장님이 건물주여서 매출과 상관없이 오래 업을 지속하시길 바란다. 오늘만 이런 건지, 이 시간만 가능한 건지, 며칠 더 경과를 지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