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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안 Jan 17. 2020

책방 주인 모집 중

서울 관악구에서 가장 오래된 동네책방 이야기

서울 관악구에는 책방 살롱드북(@salon_book)이 있다. 술과 책, 내가 좋아하는 두 가지가 있어서 방앗간처럼 들르곤 한다. 자주 가다 보니 이 책방이 좋은 이유가 더 생겼는데, 그건 사장님과 사장님의 철학(?)이다.


사장님은 '가끔'과 '자주' 사이의 어딘가만큼 책방을 비운다.


'사장이 날로 먹나'라곤 하지 말아 달라. 자리를 비우거나 출근이 늦는 이유는 대개 사적이면서 공적이다. 삶이 그렇듯이. 자리를 비울 때면 사장님은 단골손님들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어준다.



(문 열기 전 어떤 날)

"사장님 오늘 2시에 가려는데 문 여세요?"

"아 저 늦을 것 같은데 비밀번호 XXXX이니까 들어가서 맥주도 마시고 손님 오면 계산도 좀 해주고 계세요.ㅋㅋ"


(문 닫기 전 어떤 날)

"사장님 아니... 어디 가세요...?"

"나 오늘 저녁 약속 있어서... 놀다가 불 끄고 문 잠그고 가요.ㅋㅋ"


-modu sil-hwa-


사장님의 꿈 중 하나는 100명의 '공유 주인'을 만드는 거라고 한다. 손님이 주인이 되고, 주인도 가끔 손님이 되는 것을 가리킨다. 그 말이, 그 말을 하던 사장님의 표정이 참 따뜻하게 다가왔다.


이곳이 서울 관악구의 동네책방 중 가장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이유를 감히 생각해본다. 진짜 주인 1명과 진짜 주인이기를 '자처하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는 믿음과 지지가 있을 것이다. 나만큼 당신도 이 공간을 아낄 거라는 기꺼운 믿음, 이 공간이 오래 자리를 지키며 다른 이에게 위로와 쉼이 되기를 바라는 여러 사람의 지지.


어쩌면 이 책방을 찾는 내가 나의 사람들에게 기대하는 것이자, 나를 아는 사람들이 나에게 바라는 어떤 것이었을.


공유 주인 순번 100번 중 내가 25번쯤을 꿰찼으니 아직 자리가 넉넉한 편이다. 내 삶의 주인 노릇을 잘 못하는 나도 책방 주인은 되는 이곳. 다른 사람이 못할 이유가 없지.


책방 주인 상시 모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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