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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안 Mar 10. 2020

다정한 침범

우리 가끔은, 엄숙하지 말아요


책방에 비치된 따뜻한 작두콩차 한 잔.

비 내리는 걸 한참 보고 있었다.


낮은 자리에서는 언제나,

부서지면서 외려 커지는 빗방울을 볼 수 있다.


그걸 좋아한다.


"저 사진...찍어도.."


뒤에서 어떤 분이 하는 말을 거기까지만 듣고

이 자리를 찍고 싶은가보다 해서 몸을 일으키다,

이내 자리에 앉았다.


"창밖 보고 계신 모습이 너무 예쁘고 편안해보여서요.

제가 한 장 찍어드리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요조, 임경선의 '교환일기' 표지에 적힌 그 말처럼

다정한 침범이었다.


줄곧 한 자리에서 책을 보는 딸을 기다려주고

딸이 자기가 읽은 책 얘기를 조곤히 시작하자

그 다음 얘기도 궁금하다며 웃던,


그 분의 그 마음이 난 더 예쁘고 편안해보였는데.


책방의 한켠에는 이런 메모가 있었다.


'책방지기는 엄숙주의를 싫어해요.

주변 분들께 피해가지 않을 정도로 이야기 나누셔도 괜찮습니다.


책 얘기, 책 낭독, 사랑고백, 꺄르르~ 웃음소리 등등

이런 소리 너무나도 사랑해요.'


'이런 소리들'이 교차하던,

2020년 2월의 마지막 날 책방에서.





'작은 마을의 작은 글' 함께 읽기:

매거진 '공간에서 공감으로' 클릭 (https://brunch.co.kr/@audskd2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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