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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안 Jun 09. 2020

달을 보던 밤이었다

좋은 걸 보면 저것처럼 살아야지 저것 같은 사람이 되어야지 생각했다. 버거웠다. 다짐과 이상 앞에 선 내 얼굴이 너무 오래 슬펐다. 좋은 걸 보면, 좋은 걸 봐서 좋은 내가 거기 있으면 그 슬픈 얼굴을 앞세워 다만 바라는 나였다.


좋은 것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살 수 있기만을 바란다고, 그것 아닌 것을 더 바라지 않는다고.


바라볼 수 있는 것 중 가장 밝고 가장 따뜻한 것, 달을 보던 밤이었다. 내가 앉은 방은 까맣고 창 너머의 달은 그리도 환했다. 며칠 이어진 일이다. 오늘 달의 사선斜線 위로는 달만큼 밝은 별이 있다. 사선死線에서 별을 구하는 것은 달일까, 달을 지키는 것은 별일까.


창문의 왼쪽에서 중심으로 그리고 오른쪽까지, 지구의 오른쪽에서 중심으로 그래서 왼쪽까지. 달과 별이 흐르는 밤이 되고서야 난 살고 싶어졌다. 달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겁내지 않고 걱정하지 않고 미워하지 않고 그리워하지 않는, 동등하고 온전한 시선으로 바라봄을 허락하는 달 앞에서 달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살고 싶다고.


살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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