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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안 Aug 20. 2020

핀에어, 포근함을 피어내어

핀에어에 반해 버린 이유

2019년 12월 핀란드 여행에서 이용한 항공사, 핀에어(Finnair). 인천-헬싱키 왕복을 비롯해, 헬싱키-로바니에미 왕복도 핀에어와 함께 했다. 핀란드 여행을 떠올리면 항공사에 대한 좋은 기억도 따라온다. 여기서 '좋은'이란, 포근하고 편안했던 느낌에 가깝다. 핀에어. 다시 핀란드에 가게 된다면 꼭, 핀란드가 아닌 곳이라도 핀에어를 이용할 수 있다면 또한 꼭, 이용할 항공사이다.




인천에서 핀에어를 타면 헬싱키까지 직항으로 약 9시간이 걸린다. 헬싱키 공항 도착 후 친구에게 이전에 와있던 카톡 답장을 했더니 비행기 안이냐, 경유 중이냐 이런 답장이 다시 왔다. 그러니까 친구는 '유럽이면 이렇게 빨리 도착할 수가 없고 그럼 얘는 카톡을 어떻게 한 거지?' 생각했던 거다. 핀란드라는 나라, 헬싱키라는 도시는 한국인에게 다른 남, 서유럽 국가들에 비해서는 잘 알려진 여행지가 아니지만, 그래서 멀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실제 거리는 가까운 편이다. 헬싱키에서 인천까지도 비행 시간은 비슷하다.


핀에어는 깔끔하다는 첫 인상을 남겼다. 청결하다는 뜻도 있지만 내부의 디자인이 풍기는 분위기가 특히 그랬다. 승무원들이 입은 검정에 가까운 아주 짙은 남색의 유니폼도 그 분위기를 돋우었다. 하지만 유니폼은 일부일 뿐,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에 주목하게 되었다. 우리 엄마 세대쯤으로 보이는 승무원, 내 또래쯤 되는 듯한 승무원이 모두 있었고 성별도 한쪽에 치우치지 않았다. (그들을 여성, 남성으로 여기서 분류하기는 어렵다. 나는 그들의 젠더를 알지 못한다.) 누군가는 안경을 썼고 바지와 운동화는 편안해보였다. 조심스럽게 또한 표현하자면 그들의 체형도 다양했다. 직업과 일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때도, 지금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자신의 일을 오래 지속하기를 원하는 개인에게 필요한 건, 그 개인의 자기계발과 끈기만은 아닐 것이다.


승무원들의 모습에서 내가 읽은 키워드는 '다양성'이었다. 그 맥락에서 핀에어의 매력을 한층 높여준 또 하나는 영화였다. 기내 스크린으로 제공되는 그 영화. 한국으로 오는 길에 영화를 보려 둘러보다, '여성리더'라는 카테고리를 발견했다. 여성리더에 대한 영화를 따로 엮어둔 것이다. 살짝 소름까지 돋아버렸다. 핀란드는 내가 여행하던 그 시기에 알아봤을 때 총리가 여성, 여성 장관만 12명이었다. 그 이유 때문에 그 분류가 있다고는 단정 못 짓지만 아무렴, 어떤가 싶다. 이미 멋진데. (툼레이더 다 못보고 내렸다.)

기내의 분위기와 승무원들, 영화 분류 등에서 얻은 기분 좋은 자극과 영감은 기내 소품 앞에서도 이어졌다. 핀란드의 대표 디자인 브랜드인 '마리메꼬(Marimekko)'와 협업한 종이컵, 티슈 등이 제공됐다. 종이컵과 티슈가 별건가 생각하면 일반적인 것들로 제공하고 말 수 있고 그게 문제가 될 일도 당연히 없다. 하지만 승객들 누구나 필요로 하고 이용하는, 승객과 가장 가까이 있는 어떤 것에 '핀란드스러움'이 묻어나게 하는 그 노력은 정말이지, 별게 맞다. 핀란드로 향할 때는 그 나라를 한번 더 기대하게 했고 한국으로 올 때는 그 나라를 한번 더 기억하게 했던 소품들. 마찬가지로 핀란드의 유명한 초콜릿인 '페이저(Fazal)'도 핀란드 도착 직전 승무원들이 나눠준다. 이 초콜릿은 숙소에서도 '환영'의 의미로 방에 놓아두거나 직원이 나눠주는 경우가 있었다. 킬로파의 숙소에서 만난 한국인 분이 나에게 만나서 반가웠다며 주기도 했던. 그 초콜릿은 혼자 여행하던 나에게, 달콤한 인사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대부분의 항공사들의 경향이 그렇듯, 핀에어도 다양한 기내식 선택지를 제공한다. 핀란드로 갈 때는 유제품과 달걀을 포함한 채식으로, 한국으로 올 때는 저칼로리식으로 사전에 주문했다. 저칼로리식에 포함되어 있던 후무스가 참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갈 때 올 때 모두 본식 말고 두 번째 식사는 치즈, 감자 종류였다. 부드럽고 따뜻하게 속을 채워주던 음식들. 음식 이야기를 조금 더 이어가자면, 우유도 빼놓을 수 없다. 핀란드로 가는 비행기에서 승무원에게 우유 한 잔 줄 수 있는지를 물었다. 커피에 타는 우유밖에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때만 해도 우유 한 잔인데 그냥 주면 안 될까 싶었는데, 여행하면서 알게 됐다. 핀란드는 커피와 유제품이 유명한 편이고 커피에 타 먹는, 지방 함량이 조금 더 높은 우유가 따로 있다는 걸. 그냥 편하게, 벌컥벌컥 마시는 것도 안 될 건 아니겠지만 커피에 타 먹는 게 제 역할에는 맞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는 자연스럽게 "Coffee with milk, please." 고소한 맛과 그 맛을 알려준 '크리스마스 호스트'의 웃음소리가 온 감각으로 전해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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