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아키비스트에서 아인슈페너 한잔 하고 북악산 가는 길, 청와대 앞에서 세월호 유가족 분들을 봤다. 예닐곱 분 정도가 각각 피켓을 들고 서있거나 그늘에 잠시 앉아 있는 모습. 고생 많으시다고, 한 마디 못 하고 가던 길 갔다. 그 시간이 마음에 콕 박혔다.
이번 주말 다시 아키비스트로 갔다. 그 분들 드릴 걸 주문했다. 기다리며 카페 벽에 핀 꽃을 보는 마음이 떨렸다. 음료를 들고 그쪽으로 가는 길은, 아는 길인데 생경했다. 도착했는데, 아무도 안 없었다. 카페 가기 전 그 곳을 먼저 들러 멀리서 몇 분 계신지를 보고 갔는데.
주변에 있던 경찰에게 물으니 조금 전에 가셨다고, 저 맞은 편에 노란 옷 입은 분들이시니 가보라고 한다. 뛰어갔다. 지난주에 여기서 보고 갔다가, 이거라도 드리고 싶어서 다시 왔다고, 서울에 산다고, 못 드리고 가는 줄 알고 놀랐다고, 그 말만 했다.
고마워 해주는 마음이 미안해서, 눈이 꽤 뜨거워져버려, 짧은 말을 뒤로 했다. 버스 타러 가는 길에 작은 담쟁이를 보는 마음은, 잘 모르겠다. 여전히 지갑엔 노란 리본이 있고 '부당한 아픔'들을 보면 세월호를 떠올린다고 말을 더했다면 조금 더 힘이 됐을까 하는 산란함만.
2015년 세월호 특별조사위가 생겼지만 수사권, 기소권 없어 성과 없이 종료. 2017년 세월호 선체조사위가 생겼지만 침몰의 원인을 명확히 밝히지 못한 채 종료. 2019년 세월호 특별수사단이 생겨 수사 중. 아직도 세월호냐고 한다면 아마 여기저기서 보이고 들리던 조사들, 요구들 때문일 텐데 그게 하나도 결과를 내지 못한 걸 안다면, 최소한 그것만 안다면 '아직도'라고는 못할 것 같다. 끝난 게 없는데 어떻게 끝일 수 있는지, 다시 묻는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