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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안 Aug 22. 2020

이상하고 자유롭다는 것

나는 이런 할머니가 될래 <2>

지난 봄, 제주 #소심한책방 에서 처음 알게 된, #우야다스튜디오 의 그림에는 '노년'이 등장한다. 누구나 나이가 들고 그 과정에서 힘을 잃지만 그 모습 하나만으로 노년을 설명할 수 있을까, 라는 물음에서 출발했을 그림들. 실제로 이 그림의 포장에는 이런 소개가 있다.


'노년의 여유를 동경하며 노인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사랑스러운 노인을 만나며 당신의 몸과 마음도 건강하게 무르익기를 바랍니다.'

아침 또는 저녁, 책상에 놓인 2장의 그림을 본다. 그 모습 그대로 되기를 다짐한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그 모습이 지향하는 곳을 가늠하고, 좇는 것이다. 방향이 가리키는 곳에는 '자유'가 있다고 믿는다. 기쁨을 기쁨으로, 고통을 고통으로 볼 수 있는 자유. 나를 둘러싼 세계에서의 내 모습을 결정하고 마침내는 그 결정조차도 그대로 인지할 수 있는 자유.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자유를 감각하는 일에 내 에너지를 쓸 수 있는 자유.


자유로운 모습으로 나이가 들고 싶다. 하지만 이건, 60살부터 그렇게 살기 시작해야지, 하면 되는 게 아니다. 내가 나이 들고 싶은 모습에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그보다 훨씬 더 이른 시간부터 '연습'이 필요하다. 오늘을 살아보지 않은 내일이 있을까.


그래. 연습이 필요하다는 건 알겠고 이제 어떤 연습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하던 어느 길에서, 책 한 권을 만났다. #이상하고자유로운할머니가되고싶어 저자는 지금까지 자신이 보아온 그림책을 매개로, 일상의 뭉클한 깨달음을 전한다.


"오래된 삽질의 결과로 뜻밖의 기회들이 속속 찾아왔다. (...) 증명할 길은 없으나 분명 오래전 내가 판 구덩이에서 난 싹임을 나는 알아볼 수 있었다." (p30)


"필요한 것의 수는 줄이고 할 수 있는 기술의 수를 늘리려 애쓰는 이고, 무인도에 가져가야 할 세 가지 혹은 노년의 삶에 필요한 세 가지가 손에 쥘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몸에 새겨진 것이기를 바라는 이다." (p193)


"어쩌면 혼자 세상을 살아나가는 일이야말로 내가 해내야 할 생의 의미라고 어렴풋이 느꼈던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나에게 독신의 의미는 곧 자유다. 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했던 많은 선택은 대부분 자유롭고 싶어서였다. 자신의 삶을 자기 의지대로 자유롭게 완성해 나가는 것. 생각만 해도 멋진 일이다." (p204)


얼마전 #땡스북스 북토크에서 만난 저자는 이런 말을 했다. "작가가 보여주는 세계와 내가 소중하다고 느끼는 것이 닿을 때." 그럴 때 난 삶을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충만함이 들었던 것 같다. 이 책은, 128쪽의 한 줄처럼, '누군가를 살아보고 싶게 하는 이야기'였다.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다. 저자가 북토크를 마친 뒤 책에 써준 말인 '길들여지지 않는 마음'을 가지고 싶고 또 오래 지키고 싶다. 그래서 난, 이상하고 자유로운 지금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남을 향하는 성실, 나만 생각하는 책임 그런 것은 더디지만 계속 버려내기, 그저 씩씩하게 뚜벅뚜벅 내 걸음을 걷기. 딱 그 정도의 노력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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