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다 미리 그림 에세이 <행복은 이어달리기>
당연히 세뱃돈도 사용하지 않고 저금하는 아이였다. 받아서 액수를 세고는 우체국으로. 세뱃돈을 주는 어른이 된 지금은 장난감이라도 사는 편이 기분 좋은 일이라는 걸 안다. 기다리는 일은 이제 질렸다. 종이에는 '좋은 일이 생기도록'이 아니라 '조만간, 좋은 일이 생기도록'이라고 적었다. 내일이나 모레 일어날 정도의 좋은 일로도 충분히 감사하다. - '크기보다 속도'의 마지막 부분
어른이 된 나는 생각한다. 어른만 되면, 이렇게 생각했었지만 그날 밤과 마찬가지로 함부로 취급된 적이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맛있는 야키소바를 먹고 싶다며 잠드는 밤도 있지만, 분함으로 괴로워하는 밤도 여전히 있다. - 가족과 놀러간 유원지에서 옥수수 노점 주인이 어린 자신에게만 탄 옥수수를 준 기억을 떠올린 '포장마차'의 마지막 문장
내가 좋아하는 쭉 뻗은 길을 지나 세탁을 맡긴 뒤, 빵을 사고 보라색 팬지를 두 포기 샀다. 예정에는 없었지만 전통 과자점에서 떡꼬치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 어릴 때 두 발 자전거를 배우던 기억을 되짚고, 이제는 두 발 자전거쯤 거뜬히 타는 일상을 표현한 '자전거'의 마지막 문장
춤을 춰보니 아니나 다를까 즐거웠다. 점점 유쾌해졌다. 양손을 크게 대각선으로 펼치는 '오징어소면' 포즈가 특히 맘에 들어, 어서 오징어소면 부분이 되었으면~ 하면서 춤을 추었다. - 홋카이도의 한 지역에서 즐긴 축제를 그려낸 '오징어가 되었다' 중에서
'잘 지내지?'라는 엄마가 보낸 메일에 '잘 지내요'라고 답신할 수 있는 행복을 생각한다. - '아빠의 자전거 색깔'과 '엄마가 색깔을 표현할 때' 두 이야기 사이에 그려진 그림의 문구
하늘이 있어 다행이야. 하늘이 없다면 어디를 봐야 좋을까?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 아빠가 돌아가시고서 겪은 상실의 슬픔과 함께 자신만의 속도로 그 슬픔을 받아들이겠다고 잔잔하게 전하는 '아빠가 없는 아버지의 날' 바로 뒤 그림에서.
여러 가지 일이 있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특히 아무 일도 없었던 날은 좋은 날에 해당한다. 전철을 타고 가장 가까운 영화관으로. 티켓을 산 뒤, 긴 줄을 서서 생맥주와 팝콘도 샀다. 영화 관람이 끝났다. 나의 오늘은,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종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