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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안 Mar 01. 2021

없는 길을 만들면서 가기로 했다

<디자이너 마인드> _ 김윤미 저

'핀란드 디자이너 45인의 디자인 철학과 삶을 대하는 자세'. 이 책의 부제였다. 핀란드 그리고 삶을 대하는 자세, 이 두 표현이 반갑고도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 잘한 선택이었다.




2020년 8월. 핀란드로의 2021년 가을 학기 석사 유학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대학 리스트와 전공, 진학 방법을 알아봤고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영어 시험 점수였다. 작년 하반기는 IELTS와 싸우고 화해하며 보냈다. 물론 회사도 다녔고. 목표 점수를 받자마자 지원 시기가 됐다. 12월과 1월은 motivation letter와 CV 작성, 각종 명서 등 서류 준비로 또 바쁘게 보냈다. 7개 대학 8개 에 지원했다. 역시나 회사도 다녔다. 최근에는 zoom으로 첫 면접을 봤다. 회사는 지금도 다니고 있다. 3월, 늦어도 4월이면 합격 여부가 발표된다. (장학금이 나와야 갈 수 있는 상황인데, 온 우주가 돕기를 바라며!)


2019년 12월 보름 여의 핀란드 여행을 마치고 새해부터는 새 회사로 출근했다. 하나의 극적인 사건이 있었다거나 갑자기 대단한 깨달음을 얻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쪼록 일상은 이전 해 또는 더 이전의 해보다 나아졌다. 나의 노력으로 가꾸어진 부분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다듬어진 부분도 있었다. 이전에는 물리적으로든 심정적으로든 가까이 있어도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 사실에 충만한 기쁨과 감사를 느꼈다. '이렇게는 도저히 못 살겠어'가 아닌 일상이었음을 말하고 싶었다.


마음의 고요와 안정은 미래를 생각할 여유를 선물로 주었다. 그 선물을 기쁜 마음으로 요모조모 뜯어보던 어느 여름날, 핀란드행을 결심했다. 거기서 공부만 하고 다시 한국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직업이나 소속을 갖고 살 수 있으면 그렇게 하는 방향의 결심이었다. (한국에 내가 역할을 해도 좋을 일이 있다면 올 수도 있고.)


그해 하반기, 치열하고 부지런하게 생각했다. 왜 가려는 것인가, 왜, 무엇을 위해.


과거에 어떤 일이 왜 나에게 일어났는지, 상대방이 왜 그런 말과 행동을 했는지를 구태여 분석하는 것은 덧없거니와 '해봤자' 이제 더 어쩔 도리도 없지만 다가올 날을 대상으로 삼을 때는 이야기가 다르다. 지금 이 순간 그리고 이 순간이 만들어 낼 앞으로의 시간을 놓고 '왜'를 고민하려 노력하는 이유이다.


핀란드와 나의 고리가 내 삶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주면 좋겠는지 생각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목표들이 세워졌다. 그 목표들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것들을 다시 정리했다.


중요한 것을 말하자면, 이 과정은 현재 진행형이다.


직업이든 인생의 크고 작은 결정이든 무엇이든, 그걸 시작할 때는 나를 '설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나를 '설득'하는 그 과정은 단박일 수 없다. '왜'는 뒤이은 '왜'를 초대하고 나는 그 새로운 '왜'를 환대하는 한편 약간의 불편함도 느끼고, 언제일지 모르게 찾아올 또 다른 '왜'를 기대하거나 조금은 두려워하면서 그 과정을 이어갈 뿐이다. 고민을 계속해봐도 '이건 핀란드에 직접 가서 부딪혀 보지 않는 이상 명확히 답을 찾기 어렵다' 싶은 것도 있고, 생각하고 조사할수록 이전의 내가 정리나 정의한 답보다 나아지는 것도 있다.


내 인생의 의미에 대해, 내가 지향하는 가치에 대해, 나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나는 여전히 좋다.


(차차 내 고민의 과정과 과정에서 얻은 성취에 대해서도 쓸 것이다.)




<디자이너 마인드>라는 책에 대해 말하려 하면서 위 이야기에 몇 단락을 할애한 건 이 책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양한 방식을 통해 '왜'라는 질문의 중요성, '가치'의 가치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2월에는 이전 몇 달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왜'를 놓고 고민할 시간적 여유, 마음의 안정이 컸는데 그때 이 책을 읽게 되니 이 책의 '유용함'이 더 뚜렷하게 다가왔다.



저자는 '핀란드 전문가'로 불린다. 20년 이상 핀란드와 한국 사이에서 양국의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해왔다고 표현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매출 같은 지표 너머의 '가치'에 집중해왔다. 그는 서문에 이런 문장을 적었다.


"내가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이다. (...) 대부분의 기업들은 고객사와의 세일즈 미팅을 하면서 자신들의 제품이나 서비스 소개에 집중하는 데 그치는 경향이 많다. 그들은 '내가 무엇을 팔고 있나.'가 중심이다. 그러나 고객은 '내가 왜 사야 하나.'를 중심에 둔다. (...) 시장에 관한 충분하고 정확한 분석 위에 '내가 줄 수 있는 새로운 가치는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은 채 한국 시장에 들어온다면 실패가 뻔하다."


당장 사업을 할 것도, 어떤 해외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도 아니지만 이 내용이 의미 있게 다가온 이유가 있다. 저 문장에서 몇 단어들을 '나', '인생' 등으로 바꿔봐도 말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 내가 살고 싶은 삶이 나 자신에게, 사람들에게, 공동체에, 환경에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실패'한다고 다정하고도 따끔 하게 이르는 듯했다. 돈을 못 버는 실패, 남에게 인정 못 받는 실패 같은 것과는 차원이 다른 실패를 경험한다는.


이렇게만 읽고 보면 저자가 왜 굳이, '디자인' 또는 '디자이너'라는 소재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싶었는지 궁금할 수 있다. 핀란드나 북유럽이 한국에서도 디자인으로 꽤 유명하니 그런가, 막연히 생각할 수도 있고. 저자의 기획 의도를 한 마디로 적으면 "우리는 모두 자기 인생의 디자이너"이기 때문이다. 디자이너가 자신의 작품이나 제품을 통해 개인과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라 한다면, (디자이너가 아닌) 우리도 그들이 어떤 문제를 받아들이는 자세와 해결하는 방식을 통해 배우는 것이 있을 것이라 본 것이다.


저자가 직접 인터뷰 한 45명의 핀란드 디자이너들은 단순히 기능인이 아니었고 그렇다고 예술가도 아니었다. 이들은 보통의 사람들이 먹고 사느라 바빠서, 어제의 후회나 오늘내일의 걱정에 잠식되어서, 아니면 내 인생 하나 편하게 사는 것 말고 무엇이 더 중요한 지 고민할 필요를 못 느껴서 놓치는 것을 예민하고도 우직한 노력으로 붙잡고 살고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라 해도 좋고, 이상(理想)이라 해도 좋을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면서도 현재의 일상을 외면하거나 관계를 하찮게 여기지 않았고, 주어진 여건을 고려해 포기나 타협을 할 줄도 알았다. 현실을 사는 사람들이었다.


어느 '시야는 먼 곳에, 두 발은 이 곳에'라는 문장이 내 안에 떠오른 뒤로 이를 내 삶의 이정표쯤으로 여기고 있는데, 이 책의 디자이너들이 그렇게 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한 사람, 한 사람 대단하다 싶은 한편으로 만약 내가 핀란드에 가게 된다면 이들과 더 이야기를 나눠볼 기회를 나 스스로 찾아봐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서문이 이 책 전반의 가이드 역할을 한다는 느낌은 앞서의 설명을 통해서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핀란드 디자이너들이 강조하는 가치와 그 맥락(배경)을 이해하는 데 있어 서문에 소개된 이 내용들도 큰 도움이 된다.


[핀란드/핀란드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실용주의와 간결화: 화려함보다는 높은 실용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시수(SISU): 웬만한 어려움도 끈질기게 해결해가는, 한계를 피하지 않는 정신을 가리킨다.


정직, 신뢰, 협력, 효율: 희소한 자원, 작은 시장, 평판이 중요한 사회임을 생각하면 글자 그대로 이해된다.


타임리스 디자인: 오랫동안 써도 쓰임이 약해지거나 질리지 않는.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 소득, 성별, 나이, 신체 제약 상관없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디자인.


윤리적 디자인: 노동을 부당하게 착취하지 않는 것, 착취가 있는 시설의 재료 등은 디자인에 이용하지 않는 것, 동물 복지나 환경 보전을 고려하는 것, 사회 취약 계층에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 등 제조 과정의 윤리를 고려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 사회에 이 부분만큼 큰 '함의'를 주는 게 있을까 싶다.)


지속 가능한 디자인: 윤리적 디자인과 맞닿는다. 문장을 그대로 가져와 본다. "자신의 디자인을 통해 쓰레기가 발생되지 않게 하고", "일하는 작업자들, 파트너들을 몰아세우지 않으며 그들의 인권과 라이프스타일, 복지를 존중해주고 인간적으로 따뜻하게 대해주는."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기능적 디자인: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가 그 존재 목적을 구현해야 한다는 것. 이해나 사용이 직관적이어야 한다는 것처럼.


고요함: 저자의 설명에 비춰볼 때나, 짧게나마 핀란드라는 나라를 다녀오면서 느꼈을 때 '고요함'이란 핀란드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라이프스타일이자 영감을 얻는 방식, 나아가 핀란드인의 삶을 요약하는 한 단어가 아닐까 싶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래에 조금 더 길게 인용해본다.


"핀란드인들은 다른 아무도 없는, 자연의 소리 이외에는 들리지 않는 고요한 적막 속으로 들어가고자 한다. 숲을 혼자 걷거나 바다나 호수를 혼자 바라보거나 온통 흰 눈으로 뒤덮인 세상을 그저 가만히 응시한다. 자연과 자신만이 있는 1:1의 상황 속으로 자신을 노출시킨다. 비워야 채워지는 것을 그들은 깨닫는 듯하다. 고요함을 대면할 수 있는 사람들, 그 중요성을 아는 사람들의 눈과 표현은 장식의 허세를 피할 줄 안다. 극도의 단순함이 갖는 아름다움은 핀란드인의 고요와 침묵의 힘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소개된 디자이너들의 다양한 작품, 제품들도 함께 사진으로 보여준다. 화집을 보는 것처럼 눈이 즐거웠던 것도 이 책의 매력인 것 같다. 나에게는 핀란드의 기업이나 브랜드 이름들이 자주 언급된 것도 도움이 됐다. 앞으로 핀란드와 한국 사이에서 어떤 일을 할지 고민하다가 올해는 먼저, 핀란드에서도 sustainability가 높은 기업들을 리스트업 한 뒤 한국에서부터 각종 리서치와 컨택을 해보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핀란드에 가게 된다면 해당 기업에 직접 찾아가 관계자들을 만나보고, 기회가 닿는다면 그곳에서 일해보고 싶기도 하다.


45명이 들려준 삶의 철학, 이를 해석해 정리한 저자의 문장 중 중 내 마음을 기분 좋게 흔들거나 머리를 든든하게 채워준 것들을 옮겨 적으며 마무리한다. 대괄호 안은 디자이너의 이름이다.


[카리 비르타넨]


- 손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생각을 해야 하고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고 경험이 필요하다.

- 나의 사회적 성장을 위해 가족을 희생시키고 있지는 않는지 (...) 매출을 독촉하기 위해 직장 동료들과 직원들의 인격에 상처를 주고 그들의 삶을 무시하고 있지는 않는지 (...)

- 노동력을 착취하고 비위생적인 제조 환경에서 제품을 만들었다면 그 제품에 대한 애정을 가질 수 없다.

- 브랜딩의 핵심은 욕구 창출이다.


[비욘 벡스트램]


- "예술가에게 루틴이란 있을 수 없다."라고 단언한다. 하루하루가 새로운 발견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방만한 자유보다 '기율(self-discipline)'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 이 부분에서 나는 아래의 메모들을 남겨두었다.


- 루틴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지 않나?

- 기율이란 게 루틴을 통해 실현되기도 하지 않나?

- 새로운 발견은 내 안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무작정 환경만 새로워진다 해서 가능한 일은 또 아니다.

- (기율이 더 중요하다는 점에) 동의. 제한이 곧 자유이기도 하니까. 너무 많은 선택지나 여유가 주어지면 질서나 안정이 줄어들고 오히려 고민이 늘 수 있다. 매몰비용, 내가 하지 않은 선택에 얽매이기도 쉬워진다.


[하리 코스키넨]


- 상대방의 설명에서 내가 이해하는 바와 상대방의 진짜 의도가 항상 동일하지는 않기 때문에 서로 간 이해에 어긋남이 없도록 명시화, 명문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 먼저 콘셉트를 세우고 'WHY', 즉 작업을 해야 하는 이유를 정리한다. 이는 클라이언트의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디자이너는 프로젝트를 통해 무엇을 성취할 것인가를 명확히 하는 작업이다.

- 경청, 이해, 확인, 제안, 협의, 합의의 과정.

- 새로운 방식을 탐색함과 동시에 고귀한 가치를 위해 일하는 것. 무언가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긍지가 없다면 열정을 갖기 어렵다.

- 합리성이 잇는 존재의 이유를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제품화하는 것.


+ 이 부분에서 남긴 메모는 이렇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 점이 분명해야 한다. 물론 그건 앞으로 바뀔 수 있고 바뀌어도 된다. 만약 내가 A를 원한다면 A가 사회나 그 구성원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지, 나는 어떤 것을 성취하게 해 주는지 고민.


[유호 그랜홈]


이 디자이너는 핀란드의 대표적인 공공도서관 'Oodi(오오디)'를 설계한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더 반가웠다. Why를 먼저 세우고 점점 더 작은 단위로의 실행을 구체화해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월간 국회도서관>의 2020년 9월호에 'Oodi(오오디)'를 주제로 내가 실은 글을 함께 첨부!


https://brunch.co.kr/@audskd26/60


[에로 아르니오]


- "취미와 일이 분리될 필요가 있느냐?"는 그의 반문은 디자이너로서 얼마나 그의 일을 즐기고 있는지를 간단명료하게 보여준다.


[일까 수빠넨]


- 자신이 갖고 있는 한계를 인정하고 그 속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던 것.

- 차선으로 보이는 길이라도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 핀란드에서는 최상위 소득계층이나 하위 소득계층이 모두 같은 디자인 브랜드를 집에 두고 사용한다. 좋은 디자인이란 모든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어찌 보면 핀란드 디자인이란 디자인의 정치적 감성까지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혼자만의 시간, 침묵, 고요, 외로움, 무위를 두려워하지 않을 근력이 필요하다.


[수잔 엘로]


- 수잔의 가구 중에서 '카이보 공원'이라는 테이블과 벤치는 헬싱키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인 카이보 공원에서 반세기 이상을 자라온 나무로 제작한 것이다. 2차 대전 때 총알을 맞은 몇 그루의 나무가 세월이 흐르면서 저절로 쓰러지자, 쓰러진 나무를 최소한만 가공하여 벤치와 테이블로 제작했다.

- 제품을 사용할 때 그리고 폐기할 때조차도 자연에 해를 주지 않는 것.


[카밀라 모베그르]


- 혼돈에서 질서로 변화하는 여정에서는 필연적으로 실패를 당면하게 된다.


이 글에서는 핀란드의 유리공예 역사가 다뤄졌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지명이 등장했다.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곳들 같아서, 나중에 들러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설렌다!


[파올라 수호넨]


- 혼자만의 고요함에 두려움을 느낀다면 심리적으로 이미 군중에 중독되어 있는 징후일 수 있다. 그 시간이 두려울수록 자신의 내면이 비어있다는 뜻이다. 삶의 수많은 디테일들을 탐색하고 경험하고 나의 것으로 다듬어 내면을 채운다면 혼자만의 정온함에 오히려 평안을 느낀다.


[마르꾸 살로]


-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그 자신을 조용히 대면하는 고독의 시간은 한 사람에게 매우 건강하고 중요한 순간이다. 특히 예술가에게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고요의 시간이 필요하다.


[나탈리엔 라우텐바허]


-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에서 나 자신을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표현할 수 없는 일을 해야 한다면 우리는 결코 행복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지금 내가 나를 자유롭게 표출해도 있는 그대로 온전히 환영받고 인정받을 수 있는 곳에 있는가? (...) 내가 속한 그 자리가 나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없는 곳이라면, 우리는 무엇이 나를 붙잡아두고 있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 인간의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 각기 다른 개인의 개성과 변수들, 그리고 그에 수반되는 실험과 실패의 요소들은 두려움의 원천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기회이다.


[페까 파이까리]


- 외부적 환경보다 내적 동기로부터 디자인 영감을 얻는다고 공통되게 이야기한다. 디자인이 필요한 이유, 즉 WHY라는 질문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이 WHY가 확실하면 최대한 단순화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 WHY와 기본에 충실하면 시간은 우리에게 답을 준다. 그렇게 얻은 그 답으로 우리는 다시 시간을 재생산한다.


[세뽀 코호]


- "내가 하면서 행복한 것, 내 마음이 이 길로 가는 것이 옳다고 하는 것을 따르고자 한다. 적어도 초기에 방향을 잡을 때는 말이다. 그 이후에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과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 홀로 항해할 줄도 알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함을 아는.

- 자신의 내면이 무엇을 원하는지 경청하고, 새로운 길로 인도하는 문을 열고 나아가는 용기를 낸다. 또한 새로운 세계에서 후회 없이 땀 흘리고 실험하고 실패하고 배우는 그 길은 결국 자신이 결정해야 한다. 그러니 요소요소에서의 변곡점에서 어떠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WHY에 대해 스스로에게 질문해볼 필요가 있다.


[티모 리파띠]


-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필요하다. 인내심은 당연한 것이다.

- "모든 사람은 창의적이다. 인생에 한 가지 길이나 답만 있는 것은 아니다. 너무나 힘들고 자신이 코너에 몰려 있다고 느낀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라."


[사물리 헬라부오]


- 돈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아닌데 매일 아침마다 회사가 얼마나 판매했는지 집중하는 삶이 뭔가 완전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 남은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민 앞에서 용기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 (...)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에서 그는 자신의 직관을 믿고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했고 (...)

- "혹자는 긴장감이나 스트레스가 없는 상태가 행복이라고 생각하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 행복감은 자신이 추구하고 지키고자 하는 가치를 성취하고 실현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의 결과로 얻어지는 감정이다. (...) 적당한 긴장감과 스트레스는 건강한 행복감을 동반한다."


[마리아 키비예르비]


- 깊이 있는 배려의 디자인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삶을 관찰하고 작고 사소해 보이는 것들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또한 자유로운 시간과 여유, 압박감 없이 예술적 감성을 충분히 끌어낼 수 있는 자유로운 환경이 중요하다.


[사물리 나만카]


-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지나치게 소모적으로 집착하여 문제를 당장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심리적인 안정을 찾거나 산책을 하면서 사색을 한다."


[사무-유씨 코스키]


- 어떻게 사회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

- 상업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 이 점에서 핀란드 디자이너의 예술성, 창의성, 실험성이 한국의 제조력, 마케팅과 함께 만난다면 시장에 매우 강력한 임팩트를 줄 수 있을 것이다.


[페트리 시필라이넨]


- 남들이 모두 가는 넓은 길보다 자신이 보고 확신하는 좁은 길을 택했다.

- 당장 성공할 것 같은 길,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길을 가려고 한다면.


[헤이니 리타후타]


- 우리의 삶은 커다란 하나의 고정형 판이 아니라 작은 조각들이 모여 그때그때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변화해가는, 가변성과 확장성을 갖는 구조물임을 깨닫는다.


[툴라 푀이호넨]


여성 난민들에게 일자리를 주면서 동시에 그들이 스스로 색감과 패턴을 디자인하도록 하는, 폐텍스타일을 활용하는 텍스타일 디자인 및 제조 프로젝트 '라가머프'가 기억에 남는다.  


[예쎄 휘바리]


핀란드 패션 브랜드 마키아가 퓨어웨이스트 사와 협력해, 폐자재를 최대한 활용하는 제조 공법으로 화학약품과 물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인 사례도 빼놓을 수 없다.


- '거친 파도를 항해하는 뱃사람'의 태도를 잃지 않으며 벼랑 끝까지 몰렸을 때라도 '끝을 알 수 없지만 하는 데까지 해보는 것지, 뭐.'라는 수많은 혼잣말들이.


[살라 루흐타셀라 & 웨슬리 월터스]


- 대부분의 경우 급속 대량 생산과 유통은 자연친화적이지 못한 소재와 생산 방식을 채택하기 쉽다. 근로자들 역시 하나의 기계 또는 부품으로 취급되기 쉽다. (...) '지속 가능한가, 파트너들과 협의가 되었는가, 오랫동안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가'가 최상위에.


[안니 피트캐예르비]


- "내 일상의 환경들이 나에게 디자인 영감을 준다. 언제나 가까이 있는 아름다운 핀란드의 자연, 도시의 빌딩과 도로와 매일매일 지나치는 일상의 세계에서 디테일을 관찰하며 많은 것을 얻는다."


[한나 바리스]


- 자신이 어쩔 수 없는, 자신의 잘못이 아닌 그 혹독한 상황 속에 갇혀있기를 거부했다.

- 어떻게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느냐에 따라 상승의 변곡점을 그릴 것인지 하향의 변곡점을 그릴 것인지가 결정된다. (...) 그리고 자신의 희망을 많은 사람들을 만나 직접 설명하기보다 누구나 그림을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작품으로 표현하고 각자의 고유한 인생사 위에 자기만의 희망을 덧 그리기 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핀란드라는 나라, 문화에 관심 있다면

디자인, 브랜딩, 마케팅 등의 분야에서 일하거나 사업을 하고 있다면

자기 계발서는 좋아하지 않지만 삶의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될 지혜가 필요하다면


이 책이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보일 것 같다.




(글 일부에서 맞춤법 오기나 사소한 오탈자가 있고, 맨 마지막 페이지 도입부에는 편집 과정에서 위치가 잘못 잡힌 듯한 문장들도 보였다. 이 점들이 읽는 데 지장을 준 것은 아니다. 쇄 때는 편집 과정에서 한번 더 검토되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본질과 보여주는 가치가 더 크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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