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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더 Jul 24. 2023

초보 F&B 자영업자가 레퍼런스를 긁어모으는 이유

에디터 그리고 외식업 자영업자의 공통분모

전 일주일의 반은 프리랜서 에디터로, 또 일주일의 반은 남편과 운영하는 베이커리에서 일합니다. 1년 반 전, 자영업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이런 생각이었습니다. ‘나는 해오던 대로 회사에서 에디터로 계속 일하고, 주말엔 조금 시간을 내서 베이커리로 출근해 남편을 도와주면 되겠다’라고요.


그러나 그 생각은 머지않아 와장창 깨졌습니다. 가게를 운영하면 이런저런 운영비와 인건비, 원재료비 등 예상치 못한 많은 지출이 생기니 제 인건비라도 녹여야만 했거든요. 게다가 아주 작은 가게라도 브랜딩, 직원 관리, 마케팅, 접객, 인테리어, 제품 라인업, 거래처 관리 등의 문제를 늘 고민하며 A/B 테스트하듯 실험해야 합니다. 이런 여러 요인으로, 제가 가게에 쏟는 시간은 점차 늘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가게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수록, 신기하게도 제 본업과 F&B 자영업의 본질이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일에서 빠르게 성과를 보이며 성장하는 방식’의 본질은 비슷하다는 건데요. 아직 자영업자로는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지만, 제가 느낀 몇 가지를 공유해보려 합니다.



레퍼런스의 총량을 늘리기


주니어 편집자로 일하던 시절, 팀장님은 제게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편집자는 책을 닥치는 대로 많이 읽어야 해.
정독하라는 이야기가 아니야.
편집점을 중심으로 많은 책을 훑어보는 게 중요해.


책을 만들다 보면 여러 부분에서 막히곤 합니다. 구성안은 이게 최선일지, 생각한 타깃층에게 이 제목과 카피가 후킹될지, 내가 생각한 포인트들 말고도 더 매력적인 부분이 있을지, 처음 보자마자 이 책에 눈길이 가려면 어떤 만듦새가 좋을지 등. 그렇게 일하면서 막힐 때마다 저는 다른 책들을 뒤졌습니다. 그리고 늘 그렇듯 책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편집자에게 책을 많이 보는 것만큼 공부가 되는 것은 없거든요. 책에서 찾기 어려울 땐 최소한 콘텐츠(영상 포함) 안에서라면 늘 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콘텐츠를 만들 때 레퍼런스는 늘 가까운 것에서부터 긁어모았습니다. 특히 주니어 때는 베스트셀러의 클래식한 공식 같은 것에서부터 변주하기 시작했죠. 막힐 때마다 가장 먼저 찾는 건 ‘잘 팔린 콘텐츠’였습니다. 그렇게 점차 덜 팔렸지만 새로운 것, 뭔가 한 끗이 부족해서 ‘나라면 어떻게 할까’ 싶은 것, 영상 콘텐츠지만 책으로 만들어도 괜찮을 구성이나 디테일이 보이는 것 등으로 레퍼런스의 가지를 넓혀갔습니다.


보고 듣고 만진 것, 그렇게 쌓은 내 경험치에서 새로운 콘텐츠가 나왔습니다. 그렇기에 일하는 내내 제 우물의 깊이와 너비를 넓히기 위해 콘텐츠를 닥치는 대로 소비했습니다. 내 안의 레퍼런스가 많을수록 만들 수 있는, 응용할 수 있는 가짓수도 넓어지니까요.



자영업에서도 비슷한 점이 있었습니다. 남편이 베이커로서 일한 경력은 있지만, 우리에게 장사는 처음이었습니다. 가게를 오픈하고서 더 절실히 느낀 것은, 우리에겐 더 많은 레퍼런스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장사에 대한 빈틈을 공부로라도 채워야 했거든요. 더 다양한 제품을 맛보고, 더 다양한 공간을 샅샅이 살피며 차곡차곡 경험을 저장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예전에는 유명한 빵집을 가면 맛있는지, 내 입맛에 맞는지, 인테리어는 좋은지, 직원이 친절한지, 분위기가 편안한지 정도만 느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어떤 가게든 맛있는지를 넘어서 주인장만의 색깔이 담긴 제품을 파는지와 보여주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드러나는 제품군인지를 살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인테리어만 보는 게 아니라, 가게의 SNS를 보면서 어떤 식으로 브랜딩 하는지와 매장 내 접객과 인테리어를 포함한 분위기 전반을 살핍니다. 손님의 연령층을 보면서, 주변 상권도 자연스럽게 생각해 보게 되고요.


그렇게 유명하고 잘 나가는 가게뿐 아니라 덜 유명하더라도 자신만의 색을 잘 보여주는 곳, 뭔가 한 끗이 부족해서 ‘나라면 어떻게 할까’ 싶은 공간, 상세 업종은 달라도 차용하면 좋을 만한 공간의 디테일 등. 공간에서의 경험을 하나씩 쌓는 중입니다.


잘 되는 콘텐츠를 분석하던 제 본업과 꽤 비슷해 보이죠. 잘 되는 콘텐츠를 세세하게 분석하듯, 잘 되는 공간 역시 아주 면밀하게 살펴보는 게 가장 큰 공부니까요. 공간마다 메뉴, 맛, 의도, 서비스, 테이블과 의자, 조도, 조명, 동선, 배경음악, 주 타깃고객 등 하나씩 뜯어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레퍼런스가 쌓일수록 내가 만들고 싶은 공간의 색깔도 선명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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