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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진 Dec 30. 2019

12월 31일과 1월 1일은 같은 날이다

어제의 다짐과 사랑들이 무작정 '내일부터'를 외치지 않기를

새벽 3시.


깨어 있는 사람보다 깊은 잠에 든 사람들이 더 많은 시간. 야속한 하루는 아직도 끝나지 않아 지친 몸을 이끌고 근처 카페로 향했다. 거리에 오가는 사람들이 훤히 보이는 통유리 창의 어느 카페 2층. 정신없던 도시는 잠들어 있었으나 거리에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등장했다. 도대체 이 늦은 밤, 아니 빠른 새벽이라 해야 할까. 분명 평범한 활동 시간대가 아니었기에 이들을 추측해보는 것만으로도 이 깊은 새벽에 꽤나 흥미롭겠지.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크게 두 부류의 사람들이 거리 위에 있는 듯했다. 하루를 조금 늦게 끝낸 이들, 그리고 하루를 조금 일찍 시작하는 이들. 새벽 3시의 거리에는 이 두 부류의 사람들이 각자의 방향으로 맞물리며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무언가 강렬하게 느껴졌다. 서로 다른 시간의 방향에서 걸어오던 이들에게서 느껴지던 표정과 느낌이 전혀 달랐다.


하루를 마치고 돌아오는 듯한 이에게는 마치 지옥에서라도 생환한 듯한 안도감이, 반대로 시작하는 이들에게서는 전쟁터에 뛰어드는 듯한 비장함이 느껴졌다. 이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깨어있는 것조차 낯설게 느껴지는 이 새벽 거리를 바쁘게 오가는 것일까.


올해도 사람들은 자신만의 패턴으로 잠에 들고 일어났지만 세상의 시간은 멈추지 않는, 말 그대로 영원한 24시간이었다. 잠들지 않고 움직이는 누군가로 인해 끝없이 이어져 온 우리들의 낮과 밤. 그토록 기대하던 새해 카운트다운도 어찌 보면 누군가에게는 이미 부지런히 시작한 보통날의 '낮' 정도 일지 모르겠다. 제야의 종소리를 듣고 들뜬 마음으로 잠자리에 드는 누군가와 다르게 말이다.


누가 하루의 시작이고 누가 끝이라 할 수 있는 걸까, 결국 2019년 12월 31일과 2020년 1월 1일도 같은 시간 속의 길게 이어진 하루가 아닐까. 어제의 굳은 다짐과 연인들의 사랑이 뭐든지 '내일부터'를 외치지 않았으면 하는 까닭도 이와 다르지 않다.


새벽 3시 정각, 카페에 들어와 한참 동안 생각을 하다 시계를 보니 겨우 3시 17분이 되었다.


차갑고 늦은 겨울 해가 떠오르기 위해서는 깊은 새벽 시간이 한참이나 흘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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