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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진 Jan 03. 2020

브런치 글이 알려지니 악플이 달렸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어디 있을까?


브런치에 올리는 모든 글들이 내게는 그러했다. 부족하지만 솔직하게 내 생각을 옮기고자 치열하게 노력했고 독자분들의 '작가님'이라는 호칭에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길에 겪었던 일화를 적은 글 하나가 브런치 페이스북 공식 계정에 올라왔다.



브런치에는 이미 많은 작가님들의 '메인에 걸린 썰'이 수두룩하다. 그들이 체감한 것처럼 어떠한 공식 채널에 글이 실린 효과는 굉장했다. 순식간에 해당 글은 수만에 이르는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글이 올라갔던 해당 페이스북 게시글의 좋아요 또한 1,000에 육박했다. 무엇보다 놀랐던 수치는 브런치 채널 데이터. 당시 구독자가 100명에 불과했던 나의 글 하나에는 10배가 넘는 약 1,400회의 공유수가 찍히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Facebook '브런치를 읽다' 게시글 공개 댓글 화면>


브런치 글이 기존의 독자 분들이 아닌,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다 보니 반응 또한 다양했다. 이전에는 소수의 독자 분들이 소소하고(?)도 따스한 피드백을 주셨다면, 페이스북을 통해 유입된 분들의 의견은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이 참 많았다. 똑같은 글 하나를 두고도 사람들은 여러 각도로 해석하고 느끼고 있었다. 나의 글보다 훨씬 더 감동적인 댓글도 있었고 지인들을 해당 게시글에 태그 하며 감동을 공유하는 뿌듯한 모습도 목격할 수 있었다(내가 흔히 페이스북 피드에서 봤던 그 바이럴이 내 글을 통해 일어나고 있는, 놀라운 광경이었다).



하지만 의도가 분명했던 악플도 있었다


에어팟 광고 글이냐, 눈물샘을 쥐어짜는 오글거림 그 자체다, QCY는 무너졌냐(에어팟보다 가격이 저렴한 보급형 무선 이어폰), 쉼표가 왜 이렇게 많냐 등을 비롯해 글에 등장했던 아이를 깎아내리려는 분들까지... 도대체 무슨 일이 댓글에서 벌어지고 있던 걸까.


나는 수만에 육박하는 구독자를 보유한 스타 작가도, 인플루언서도 아니다. 연예인과 일반인 사이를 오가는 '연반인'은 더욱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글을 처음 마주했던 많은 분들이 글에 대한 건강한 비판이 아닌, 글 자체를 부정하고 무시하는 듯한 댓글을 이어가고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감정이었다. 학창 시절 교무실에 불려 가 나의 잘못을 시인하고 담임 선생님께 용서를 구하는 것 혹은 대학교 강의실에서 전공 프레젠테이션 후 날카로운 질의응답에 우물쭈물 답을 하지 못하는 부끄러움 등과는 차원이 다른 느낌이었다.


널리 알려진다는 것의 감사함과 야속함이 공존했던 며칠이었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며 내 글을 통해 공감하고, 감동하고, 공유해주는 순간을 분명 꿈꿔왔건만 현실은 달랐다. 세상에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시선이 존재했고 내 글은 모든 이의 관점에서 사랑받을 수 없는 것이었다. 어쩌면 당연한 진리를 나는 브런치 글이 세상에 알려지고 나서야 처절하게 깨달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히 느낀 것이 있다. 나와 감성이 비슷한 사람들이 어딘가에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 학교에서, 회사에서도 모든 사람의 성격과 취향에 맞춰갈 수 없듯이 글 또한 마찬가지 아닐까.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평범한 풍경을 조금은 다르게 바라보고픈 나의 시선을 좋아해 주고 기다려주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 그것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나는 이번 일로 인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커다란 배움을 선물 받았다.



건전한 비판과 악플, 그 사이 어디선가 나는 나만의 시선과 글이 나아갈 방향을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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