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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진 Jan 27. 2020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다는 걸 몰랐던 우리에게

사람 인연이라는 게 생각하면 할수록 참 신기하다. 이 넓은 세상에서 어떠한 이유로 만나 함께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며 웃는다는 것이. 이렇듯 소중한 누군가와의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반드시 있다는 걸 가끔은 잊고 지낼 때가 있다. 어제와 오늘의 우리가 그러했다.


오래전 처음 알게 되었던 사람이 있다. 그녀와의 인연은 면접관과 지원자로 시작되었다. 나이는 나보다 어렸지만 인연이란 게 미리 관계를 설정할 수 없듯이, 처음 만나게 된 그 순간의 관계로 우리 또한 많은 것들이 정해졌다. 당시 대외활동 지원자였던 나와 면접관이었던 그녀였다.


이야기가 참 잘 통했고 일하는 스타일도 비슷했다. 함께 했던 프로젝트의 결과까지 좋았으니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렇게 함께 울고 웃었던 6개월 간의 짧고 강렬 시간을 뒤로 한채, 우리는 각자의 꿈을 찾아 떠났다.


그리고 다시 1년 하고도 6개월이 흐른 어느 날. 나는 잘 다니던 회사를 퇴사한 뒤, 1년 반 전에 대외활동을 함께 했던 이들에게 합류했다. 글을 조금 더 집중해서 쓰고 싶었고 오래도록 만들고 싶던 콘텐츠를 그려볼 수 있을 거라는 믿음 하나로. 그리고 그곳엔 그녀가 있었다. 여전히 그녀는 일에 열정적이었고 몰입도도 뛰어났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했고 둥글둥글한 성격은 팀원들에게 믿음을 주었다.


설 연휴를 2주 앞둔 어느 날. 그녀가 떠나겠다는 의사를 팀원들에게 전해왔다.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쉼 없이 일만 하며 달려왔던 그녀가 지친 걸까. 아니면 새로운 경험과 꿈을 찾기 위해서일까.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녀는 '자신'을 찾고 싶었다고 했다. 누군가의 팀원 OOO이 아니라, 인간 OOO이 궁금해졌다는 이야기. 회사의 급여나 환경, 사사건건 충돌하는 팀원 등이 떠나려는 까닭이 아님을 알고 우리는 그녀를 잡을 수 없었다.

2020년 1월 22일 근무를 마지막으로 그녀는 우리 곁을 떠났다. 모든 스타트업과 이제 막 성장하려는 회사들이 그러하듯, 기초를 다지고 온갖 고생을 함께 했던 팀원과의 이별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생각해보면 우리네 인생에는 수백 번 경험하고 반복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사람과의 이별이 바로 그렇다. 떠나는 이와 남는 이들. 사람이 끝없이 교차되는 어느 기차역의 플랫폼이 떠오른다. 플랫폼에 들어온 기차의 주변에는 떠나는 사람들과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는 이들이 뒤섞인다.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참 묘한 풍경이다.


살면서 진심으로 마음이 통하는 동료를 만나는 것은 실로 거대한 행운이다. 몇 년 전 각자의 길을 찾아 떠났던 우리가 잠시 만났다가 멀어진 것처럼, 그녀를 언제 또 어디서 만나게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것이 하나 있다. 어디서 어떤 사람을 만나 지내더라도 우리 서로가 각자 잘 살아내고 있어야 만날 수 있다는 것. 


이 글을 그녀가 읽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나치듯 한 번쯤은 읽어줬으면 좋겠다. 아쉬움 가득한 이별이지만 참 많이 응원한다고!



+ 지난 워크숍 때 그녀가 팀원들에게 한 명 한 명 써주었던 손편지. 내게는 이렇게 적었더라. 이 넓은 세상 속에서 누군가 나를 이렇게 생각해준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르겠다.

"한 해 동안 열심히 달려오시느라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항상 알게 모르게 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계신고 모르시죠~? 명진 님은 주변 사람들에게 정말 많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에요. 함께 이야기하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좋은 사람! 저의 철부지 없는 모습에도 늘 웃는 모습 주셔서 감사합니다. 동료로서, 선배로서, 친구로서 함께 해주셔서 고마워요. 항상 응원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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