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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진 Apr 28. 2020

완벽하지 않기에 느낄 수 있는 것들

완벽하지 않아서 느껴지는 감동이 있다.


나의 기억 속 미완성이 주었던 감동은 꽤나 선명하다. 첫 여자 친구에게 생일 선물로 셔츠와 하늘하늘했던 치마를 선물한 날. 하얀 셔츠는 사이즈가 조금 작고, 치마는 너무도 컸던. 하지만 완벽하지 않았기에 우리는 더 행복했다. 그녀의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됐고 웃으며 두고두고 떠들 수 있었다.


부모님 생신날 이른 아침에 몰래 끓였던 미역국. 달궈진 참기름에 미역을 볶고 다진 마늘도 알차게 넣었건만 묘하게 아쉬웠던 미역국의 맛. 완벽하지 않았기에 엄마는 더 고마워했다. 엄마의 허리춤에도 한참 못 미쳤던 작은 꼬마 아이가 어느새 그녀보다 훌쩍 자라 끓인 미역국. 서툴고 부족한 음식이었지만 그래서 더 맛있던 음식.

해지는 한강변의 노을을 보기 위해 설렘에 달려갔던 어느 날. 약속도 어렵게 잡았고, 그녀의 마음은 더욱 어렵게 잡았던 봄날. 하필 구름이 웬 말인가. 완벽했던 내 계획에 완벽하지 않았던 날씨가 참 많이도 야속했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누가 말했었나. 완벽하지 못했던 내게 돌아온 완벽한 대답.


"오늘 저녁은 노을 보기 틀렸네... 우리 다음 주에 다시 올까?"


살면서 자주 느낀다. 때로는 너무 완벽하지 않기에 더 행복하다는 것을. 완벽하지 않아서 완벽해진다는 모순이랄까. 완벽하지 않기에 우리는 긁지 않은 복권처럼 내일의 사랑과 행운을 기대할 수 있고, 예상치 못했던 하루하루를 맞이하곤 한다. 당신과 나의 곁에 있는 모든 것들은 계속 멀어질 뿐 되돌아 갈 수 없는 것들 투성이다. 시험 성적도 그렇고, 회사 일도 그러하니 사람 마음과 사랑은 오죽할까.


문득 궁금해진다.

당신의 오늘 하루는 완벽했을까? 

장담컨대, 우리들 욕심은 끝이 없다.

그래도 완벽하지 못했던, 작디작은 무언가로 당신이 오늘 한 번이라도 더 웃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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