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증인>을 보게 될 당신에게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by 김명진


“참 따뜻하면서도, 어딘가 아팠다.”


영화 <증인>을 보고 난 후 영화관의 어두운 터널을 걸어 나오며 떠올랐던 생각이다. 영화를 보기 전 기사로 접했던 정보들로 예측한 바로는 적지 않은 제작비가 들었다는 상업 영화라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폐아가 살인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로서 법정에 증인으로 선다는 이야기의 독특한 조합(?)이라 판단했다. 꽤 높은 손익분기점이 설정된 상업 영화이면서도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성격의 그것이라면 어떻게 영화를 그려냈을까.


머릿속에 충분히 이야기를 그려본 후에야 영화 <증인>을 조심스레 마주했다.

민변 출신, 현재는 대형 로펌의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순호(정우성)의 시선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와 ‘좋은 사람, 좋은 일’을 쫓던 순호는 자신의 신념을 잠시 접어둔 채 대형 로펌의 대표 변호사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한다. 바로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변호가 그것. 그리고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증 소녀 지우(김향기)를 만나게 된다.


자폐증으로 인해 지우의 일상은 비장애인들의 세상과 격리되어 있다. 지우는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어렵지만 높은 지능과 조금은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순호는 의뢰인(살인 용의자)의 변호를 위해 지우를 법정에 세우려 한다. 순호는 사건 당일 건너편에서 목격한 것을 알아내기 위해 지우를 찾아가지만 그녀의 세계에 온전히 들어가 대화를 나누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지우의 마음에 닿기 위해 아주 조금씩 다가가는 순호. 하지만 그들은 결국 법정에서 변호사와 증인으로 마주해야 하는 얄궂은 운명이다. 살인 사건의 유일한 목적자인 자폐증 소녀 지우의 마음이 순호에게 열리는 그 순간,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영화 <증인>의 결말은 영화관에서 직접 확인하고 감독의 메시지를 마음으로 느끼길 바라며 이야기는 여기까지 적으려 한다. 다만, 이렇게 후기 아닌 후기를 남기는 이유는 글을 적어 내려가는 지금도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참으로 오랜만에 묘한 감정이다.

어쩌면 영화 <증인>은 러닝타임 129분 중에서 영화의 중반을 넘어가면 어느 정도 스스로의 결말 예측이 가능하다. 뻔한 권선징악 스토리에 결국은 진실이 세상에 그 모습을 보인다는 결말 정도? 하지만 누구나 그려볼 수 있는 결말까지 도달하는 과정과 대사 한 마디, 배우 정우성과 김향기의 조화가 최근 봤던 어떤 영화보다도 따뜻하고 아프게 다가왔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즈음에야 2시간이 훌쩍 지나갔음을 깨달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각종 포털사이트에 영화 <증인>을 검색해봤다. 수많은 영화 리뷰의 목으로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는 지우(김향기)의 대사가 걸려있었다. 물론, 영화를 보고 난다면 누구나 그 대사가 마음속에 큰 울림을 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대사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걸린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고 영화 속 순호와 극장의 수많은 관객에게 담담하게 물어보던 자폐증 소녀 지우의 한 마디 대사. 하지만 사실, 나는 이 말보다 순호의 아버지(박근형)가 아들에게 남겼던 한 통의 편지가 더 기억에 남았다. 편지 속 내용을 전부 적을 순 없지만 분명 또렷하게 남은 따스한 위로의 한 마디.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그러니 그 실수로 자신을 너무 미워하지 말았으면 한다. 너 자신을 사랑했으면 좋겠다, 아들아. 그래야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

최근에도 수많은 면접과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어제와 오늘의 내게 너무나도 아픈 말이었나 보다. 영화를 다 떠나서 그 말이 선명하게 뇌리에 박혀 떠나가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영화 <증인> 속 순호(정우성)는 결국 지우(김향기)에게 좋은 사람이 되었을까. 만약 그랬다면 그 장면을 바라보는 우리들은 ‘좋은 사람’이 되는 방법을 이들로부터 배워갈 수 있을까. 뻔하지만 결코 뻔하지 않았던 영화 <증인>. 스스로에게 꽤나 유익하고도 깊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좋은 영화가 나온 것만 같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당신의 ‘좋은 사람’과 영화관에 찾아 서로의 마음을 잠시나마 따스하게 덮어보길 바란다.


끝으로, 영화 <증인> 속에서 지우(김향기)가 교실에서 따스하게 읽어준 윤동주 시인의 <눈>을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지난밤에

눈이 소오복이 왔네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추워한다고 덮어주는 이불인가봐

그러기에

추운 겨울에만 나리지


- 윤동주,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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