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화장실 수도관에 문제가 생겼다. 아버지가 지방으로 내려가신 날이었다. 주말 아침부터 당황한 엄마가 말씀하셨다. ‘이런 건 너희 아빠가 있으면 한 번에 해결하는데... 아빠한테 얼른 전화해봐.’ 전에 방법을 배워두었던 내가 결국 해결하긴 했다.
만약에 대비해 아버지는 내게 사소한 것부터 중요한 일까지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다. 형광등을 갈 거나 수도관을 고치는 법, 구두는 깨끗하게 닦아두어야 오래 신는다는 것, 운전할 때는 사이드 미러만 보고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일기를 쓰는 법, 새벽에 구급차를 부르거나 응급실에서 일을 처리하는 것까지 다양했다.
부모가 된다는 마음을 나는 아직 모른다. 그럼에도 아버지를 보며 그 책임감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