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명진 Nov 24. 2018

첫눈, 그리고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올겨울의 첫눈이 내렸다.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뿌연 유리창 사이로 거센 눈발이 흩날리고 있었다.


작년 겨울, 어느 교양 강의에서 한 교수님께서는 첫눈이 오는 날에 만나기로 했던 사람이 있었다고 하셨다.

마치 <응답하라 1994>에서 2000년 1월 1일, 밀레니엄을 기다리며 모였던 젊은 날의 소중한 약속처럼.


‘교수님, 그분이 지금 댁에 계시지 않나요?’


그렇게 교수님은 말이 없으셨다. 첫사랑은 슬프게도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눈빛으로 이야기하시면서.

 다만, 첫사랑이었던 그녀가 어스름의 빛을 뿜어내는 밤하늘처럼 아름다웠다고 회상하시던 교수님이었다.

까맣게 잊고 지내던 어느 시절을 떠올리게 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그 시절이 슬픈 사연이 되게 만들었다.

첫눈이 내리면 매번 습관처럼 그녀를 떠올렸지만, 그 첫 곧 그들이 이루어질 수 없었던 이유였다.


예쁘게 흩날리던 눈을 바라보고 있자니, 막연히도 마주하게 될 세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있던 새내기 시절 내 어설픈 뒷모습이 어디선가 아른거리는 듯했다. 보고 싶은 것도, 경험해보고 싶던 감정도 수두룩했던 그 시절.


지금보다 비록 시야는 좁았을지라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들이었다.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그래서 문득 그리워지는 교수님의 첫사랑처럼.

매거진의 이전글 어느 아프리카 부족의 노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